연구원 출신들이 책상 머리에서 벗어나 금융권 요직으로 진출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금융연구원 출신인 이건호 국민은행 부행장이 국민은행장에 선임되는 등 연구원과 ‘연피아’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 ‘연피아’ 세력의 핵심인 금융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경제가 성장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경제가 커지면 금융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금융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고도의 전문성을 겸비한 금융연 출신들은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연 출신들은 청와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우리나라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힘 있는 정부 당국자와 활발한 교류를 바탕으로 대학이나 민간연구원 출신들과는 차별화된 능력을 쌓을 수 있다.
또한 정책 당국자들로부터 얻은 고급지식과 시각을 바탕으로 이론과 현실을 잘 접목한 심도 있는 보고서를 작성해 사회 이슈를 선점하고 이끌 가능성이 높다.
금융연 보고서가 현안과 사회 흐름에 재빠르게 대응해 시의성 있게 발표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런 긍정적인 시각과 달리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연구 분야에서 성과를 낸 금융연 출신들이 실제로 이를 실행하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욕구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입신양명을 위해 객관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입맛에 맞는 보고서를 내는 ‘정부 눈치보기’에 대한 우려다.
능력이 아닌 금융연 네트워크를 이용해 금융권 고위직에 임명되는 것은 경제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와 함께 금융연 출신들이 폭넓게 맺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기를 하며 세력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에서는 연구원 출신들이 주로 전문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하다 보니 조직을 이끄는 금융권 수장 등의 자리를 맡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민 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금융연 출신들은 정부 당국자와 접촉할 기회가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연구기관에 비해 정부 쪽에 발탁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며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객관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다양한 문제 제기를 하면 할수록 더 유능하다고 인정을 받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금융연 출신들이 연구직 외 금융권 고위직에 진출한 결과를 검증하기에는 그 역사가 짧지만 앞으로도 전문성이 뛰어난 금융연 출신들의 선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