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3일 동안 경기도 안산시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에서 열린 안산밸리록페는 각지에서 모인 관객의 열기로 가득했다. 주최사 CJ E&M에 따르면 첫 날 1만 90000명, 둘째 날 3만 2000명, 마지막 날 2만 7000명이 모여 총 7만 8000여 명이 안산밸리록페를 찾았다.
둘째 날 헤드라이너 스크릴렉스(skrillex)는 초대형 우주선 DJ 박스를 동원했다. 초대형 태극기를 띄우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DJ 박스는 이날 공연 최고의 볼거리였다.
우려했던 접근성은 셔틀 버스를 이용할 경우 상당 부분 해소됐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사당역에서 셔틀 버스를 타면 약 1시간 만에 페스티벌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셔틀 버스 대신 일반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위치였다.
CJ E&M 음악사업본부 관계자는 “올해는 ‘최고의 라인업’이란 찬사를 들을 정도로 가치 있는 아티스트들이 포진해 관객은 물론 전문가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면서 “영국의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 페스티벌처럼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페스티벌로 자리잡겠다”고 전했다.
◇안산밸리록페, 즐거움과 아쉬움
즐거움 하나, 드넓은 페스티벌 전용 부지
올해부터 대부도로 장소를 이전한 안산밸리록페는 무려 4만평에 달하는 페스티벌 전용 부지를 마련해 쾌적한 관람 환경을 조성했다. 하루 평균 3만여 명의 관객이 운집한 셈이지만 관객의 동선이 서로 겹쳐 얼굴을 붉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특히 샤워실과 화장실 등 관객 편의 시설이 과거 지산 때보다 눈에 띄게 늘어났다. 화장실 한 번 가기 위해 끝없이 줄을 서는 풍경이 사라졌다.
즐거움 둘, 다채로운 아티스트들을 만나는 재미
큐어, 더 엑스엑스, 펀, 허츠 등 아직까지 한국을 한 번도 찾지 않은 아티스트들이 이번 안산밸리록페를 통해 내한해 국내 음악팬들을 기쁘게 했다.
록페스티벌이라면 흔히 기대하는 레전드급 아티스트는 물론 국내 인지도가 미흡하더라도 음악성이 높은 아티스트나 미래의 유망주 등을 관객에게 소개하며 다양한 아티스트를 접할 수 있는 페스티벌의 순기능을 수행했다.
아쉬움 하나, 우천 환경에 대한 취약성
안산밸리록페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갈대밭이었던 땅에 잔디를 심어 페스티벌 부지를 조성했다. 아직 잔디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않은 가운데 27일 밤부터 비가 내리면서 현장은 진흙밭으로 변했다. 마지막 날은 갯벌에 나선 듯 발이 푹푹 빠져 마치 모래주머니를 차고 걷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심한 곳은 이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이 깊이 빠졌다. 한밤중에는 바닥이 잘 보이지 않아 안전사고마저 우려됐다.
아쉬움 둘, 라인업의 한계
지난해 라디오헤드의 내한을 성사시키며 음악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밸리록페스티벌은 올해 소위 말하는 ‘결정적 한 방’이 부족했다. ‘덥스텝의 황제’ 스크릴렉스(skrillex)는 현장을 초대형 클럽으로 만들며 관객을 감탄시켰지만 메인스테이지 헤드라이너가 DJ였다는 점에 아쉬워하는 록마니아들도 적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의 라인업에 아직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장기적으로 극복해 나가야할 부분이다.
(사진제공=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