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명문대를 나온 김모(40)씨는 첫 직장인 STX조선해양을 퇴사하고 지난 6월 중국의 한 조선소로 직장을 옮겼다.
그는 2000년대 중반 STX조선해양에 입사했다. 신입사원 연수도 STX유럽법인이 만든 크루즈에서 받았다. 김씨는 크루즈 갑판에 처음 올라섰을 때를 회상하며 “STX에서 내 꿈은 커나갈 줄만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STX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앞날이 불투명해지자 결국 생면부지의 중국 업체를 선택하게 됐다. 김씨는 “지금의 선택이 훗날 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두렵다”고 말했다.
최근 중공업계에는 ‘STX세대’란 말이 나오고 있다. STX 세대는 2003~2010년 STX그룹에 입사한 97~04학번 명문대생으로 최근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이직을 하거나 다른 직장을 찾아보고 있는 이들을 뜻한다. 다른 기업을 선택한 동문들과 상반된 행보를 걷게 된 현실을 꼬집는 말이다.
STX세대가 생겨난 데는 배경이 있다. STX그룹은 지난 2000년대 초중반 삼성그룹보다 더 많은 홍보비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TV에서는 STX조선해양의 크루즈 광고가 자주 나왔다. ‘꿈을 찾아 세계로’란 표어를 가진 광고였다. 인재 욕심이 강한 강덕수 회장은 직접 신입사원을 모집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일명 스카이(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비롯한 명문대생이 대거 STX그룹에 입사했다. 이들은 삼성그룹 등 내로라하는 다른 대기업을 마다하고 STX의 꿈에 투자했다.
STX그룹은 2000년대 초반부터 상반기 800명, 하반기 800명 등 모두 1600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다. 이 중 STX 사태 이후 회사를 떠난 일반 사원은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TX가 회생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STX세대의 엘리트 의식이 회사가 어려움에 빠진 것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채권단은 이번주 STX의 구조조정안을 확정한다. 주요 구조조정안은 STX조선해양의 (주)STX지분 100대1 무상감자, 채권 7000억원 출자전환 등이다.
김씨를 태웠던 크루즈를 만든 STX핀란드, STX프랑스는 매각되며 사실상 그룹은 해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