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과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집행을 위해 전 전 대통령 내외와 일가, 측근의 보험 가입 현황과 계약 내용을 전방위로 조사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이 일가나 친인척, 최측근의 이름으로 보험에 가입해 비자금을 은닉했을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국세청 조사 4국과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미납추징금 환수전담팀은 지난주 보험사 5곳에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와 가족, 친인척, 측근이 가입한 보험 계약 정보를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보험사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생명, 삼성화재다. 국세청은 금융거래정보제공 요구서를 보냈고,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요구했다.
교보생명은 국세청과 검찰로부터 동시에 보험계약 정보를 요구받았다. 삼성생명과 신한생명은 검찰의 영장을 받았고, 한화생명과 삼성화재는 국세청으로부터 금융거래정보제공 요구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과 검찰은 이 가운데 일부 보험사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이들이 낸 보험료의 출처를 역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기관은 전 전 대통령과 이순자 여사를 비롯해 자녀, 며느리, 손주 등의 일가와 친·인척, 주변 인물 등 다양한 조사 대상자를 특정해 보험 가입 내역을 요구했다.
특히, 양 기관이 보험사마다 각기 다른 인물의 보험 계약 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돼 이미 상당히 구체적인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미납추징금 환수전담팀은 지난달 16일 생명보험협회에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순자 여사의 보험 가입현황을 알려달라는 수사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바 있다.
환수전담팀장 김민형 검사의 이름으로 보낸 a4 반장 분량의 공문에는 전 전 대통령 내외의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형사소송법 재산형의 집행에 따라 보험 가입현황을 조사하고 있으니 협조해달라"고 나와있다.
생보협회는 보험계약자 관련 정보는 개인정보여서 영장 없이는 보험가입 현황을 조회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회신 이후 추가로 검찰의 영장 집행이나 답신은 없었다. 손해보험협회는 국세청이나 검찰의 협조 요청서조차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정 보험사에 특정 인물의 보험 계약 정보를 요구했다면 구체적인 정황이나 단서를 잡았고 조사도 상당 부분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5년 이상 장기간 돈을 맡길 수 있는 곳은 저축성 보험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생명보험상품"이라며 "안정성을 고려해 대형사의 고액상품 위주로 선택하거나 여러 보험상품에 가입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자택을 압류하고 지난 이틀 연속 자녀 소유의 회사 등 30곳을 전방위로 압수수색하며 그림·도자기·황동 불상 등 100억 원대의 차명재산을 찾아냈다.
앞서 서울시는 전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전경환 씨가 수익자로 돼 있는 1억8천만원 상당의 노후연금 전액을 본인 동의하에 추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