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09년 일본에서 철수했던 LG전자는 3D TV를 앞세워 2년여 만에 일본 시장에 다시 진출했지만 현재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는 일본 TV시장에서 1% 대 점유율에 허덕이고 있다”며 “일본에서 수익이 없는 상황인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최대 온라인 가격비교 사이트 ‘카카쿠닷컴’의 TV 히트상품 순위를 보면 LG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시네마 3D 스마트TV 55인치 제품이 87위를 기록, 힘겹게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해 출시한 신모델은 125위에 불과하다.
일본 TV시장이 샤프, 파나소닉, 도시바, 소니 등 자국업체 위주라는 점에서 LG전자의 부진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력에서 한참 뒤처진다고 평가했던 중국 하이센스(28위, 62위, 70위)보다도 낮은 순위라는 점은 충격적이다.
특히 LG전자의 55인치 LM7600 모델의 경우 국내 최저가는 270만원 수준이지만, 일본에서는 11만7374엔(약 13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와 비교할 때 거의 반값에 파는 고육지책을 쓰면서도 좀처럼 판매량은 늘어나지 않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오는 2015년까지 일본 평면TV 시장에서 5%의 점유율을 달성하겠다는 LG전자의 목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또 다른 문제는 LG전자가 일본 TV 시장에 재진출한 시점이다. 일본은 지난 2010~2011년 아날로그 방식 종료로 디지털 수요가 몰리면서 TV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정부의 ‘에코포인트’ 지원도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이같은 특별 수요가 없어지면서 공급량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디스플레이뱅크 홍주식 연구원은 “일본 TV 시장은 2010년 2000만대 수준으로 정점에 오른 후 현재 600만대로 추락했다”며 “LG전자가 일본에 재진출한 시점이 바로 일본 정부의 2년간에 걸친 프로모션이 끝나갈 때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일본 TV시장에 진출했지만 경기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다소 어려운 상황”이라며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LG전자가 일본 TV 시장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면서 OLED TV 출시 후 일본 프리미엄 TV 시장에 재진출하려던 삼성전자도 고심하는 분위기다. 당분간 일본 TV 시장 진출은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