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란 나의 이해관계나 욕구가 상대방과 다른 모든 상황을 말한다. 상충되는 목표, 입장, 견해 등이 충돌해 일어나는 심리적 현상이다.
한자 ‘葛藤’은 ‘등나무와 칡’을 일컫는 말로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꼬여 올라가고 칡은 왼쪽으로 꼬이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즉 함께 있되, 서로 엉키고 꼬여 있는 상태를 말한다. 고부 갈등, 노사 갈등, 부부 갈등, 이데올로기 갈등 등등 듣기만 해도 가슴이 싸해지는 이러한 단어들은 우리 일상사의 구석구석에 배치돼 있다. 그 누구도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새뮤얼 골드윈은 인생의 기술 중 90%는 싫어하는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갈등이 스트레스가 되지만 갈등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갈등이 유익하다는 건 실패가 성공의 밑거름이라는 말만큼이나, 실제 내 상황이 되면 적용하기 힘든 논리이지만 갈등을 잘 해결하고 나서 더 나은 상태가 되는 반전은 그리 낯설지 않다. 갈등의 해결과정에서 소통의 장이 만들어지고, 새 제안이 나오고, 이해관계에 대해 객관성도 가지게 된다.
갈등은 없는 게 최상이 아니라 있으되 잘 극복하는 게 가장 유리한 경우의 수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사람들은 갈등 상태에서 일반적으로 두 가지 관심사를 가지는데 하나는 자신의 목표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관계다. 이 두 관심사를 축으로 해서 내 목표, 주장이 강한가 낮은가, 관계에 협조적인가 아닌가의 조합에 따라 여러 행태가 나온다. 자신의 목표나 입장을 고수하며 상대를 압도하려는 공격형, 자신의 목표보다는 상대와의 관계를 생각해서 상대의 목표에 맞춰주는 양보형, 갈등을 견디기 힘들어 자신뿐 아니라 상대의 관심마저 못 돌보는 회피형, 관계도 해치고 싶지 않고, 내 목표도 잃고 싶지 않아 적당히 양보하는 타협형, 쌍방 모두의 관심사를 함께 만족시킬 수 있는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협력형이 있다. 가장 서툰 해법은 상대의 것을 무시하고 내 욕구도 못 챙기고 관계만 해치는 파괴형이다.
일반적으로 갈등 대응은 갈등의 종류나 상대와의 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떤 때는 타인을 수용해야 할 경우가 있고, 어떤 때는 강하게 내 주장을 펴야 할 경우가 있다. 회피가 전략일 때도 있다. 상황에 맞는 대처방식을 파악해 내는 것이 갈등관리의 출발이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두 사람의 유익을 모두 도모하는 타협과 협력으로 가는 게 진정한 해결이다.
처음부터 타고나는 사람은 없다. 연습을 통해 내 행동의 레퍼토리를 넓히는 수밖에. 연습을 통해 갈등 상황에 노출되는 것은 갈등 관리 역량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
우리는 이해하려는 마음은 작고 이해받으려는 마음은 크다. 내 욕구에는 민감하나 타인의 욕구에는 둔감하다. 상처 주는 것에는 둔감하고 상처 받는 것에는 민감하다. 이러한 손해와 이익에 대한 비대칭적 심리가 갈등을 야기시키는 치명적인 불편한 진실임을 상기할 때 갈등 극복으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다.
(갈등 상황이 되면 자신의 본래 행동패턴이 나오는데 평안한 상태에서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으로 잘 무장하고 있다가도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성격의 디폴트 값이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