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배임 혐의로 한일이화가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면서 수백억원대의 투자금을 떼일 상황에 처했던 국민연금이 다시 한일이화의 지분을 확대해 눈길을 끌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민연금은 한일이화의 지분 1.02%를 사들여 8.72%(343만5507주)로 보유 지분을 늘렸다. 이는 지난 1분기 0.46% 늘린데 이은 것이다.
한일이화는 현대·기아자동차에 자동차 내장·전장제품 등을 공급하는 1차 협력사로 코스피200 종목에 편입, 많은 기관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3월 계열사를 자기 개인회사에 헐값에 넘긴 혐의(배임)로 유양석 한일이화 회장이 불구속 기소되며 상장폐기의 기로에 섰다.
세무법인과 공모해 적정가치가 2092억원인 계열사 강소한일을 저평가한 뒤 지분 58%를 255억원에 개인회사인 두양산업에 매각해 한일이화에 1700억원대의 손실을 입혔다는 혐의로 받았고 이에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갔다.
당시 한일이화 지분 7.70%(303주3487)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약 3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떼일 위기에 처했으나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나 거래가 재개됐다.
한일이화는 지난 6월 추징금 폭탄을 맞기도 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3월 법인통합 세무조사를 벌인 뒤, 지난달 7일에 추징금 납부를 통보했다. 세무조사는 검찰 수사와 연속선 상에서 시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오히려 한일이화의 지분을 늘려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한일이화는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난 이후 10.8%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올 들어서는 무려 61.64% 상승했다. 특히 기관이 끊임없는 러브콜이 이어지며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한일이화의 두양산업 종속화, 기아차 중국 3공장 증설 효과 등에 따른 성장성에 주목, 지분을 확대한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자회사의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져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두양산업은 강소한일모소유한공사를 보유하고 있어 뛰어난 수익성과 내년 기아차 중국 3공장 효과를 바탕으로 높은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이에 대한 성장성에 주목하며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소한일모소유한공사는 2009년 매출액 1550억 원에서 2012년에 3548억원으로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288억원에서 50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2014년 기아차 중국 3공장 증설효과에 따른 외형 및 수익성장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