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미국 출구전략의 충격파-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13-07-1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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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금융시장이 매우 혼란스럽다. 한동안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들고 나와서 시장을 뒤흔들더니, 최근에는 미국이 돈풀기를 그만하겠다고 시장을 뒤집어 놓고 있다. 지난 6월 19일 버냉키 미 연준(FRB) 의장은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금년 말부터 연준의 자산매입을 축소하고 내년 중반에는 자산매입을 중단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실시한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의 출구전략 시행 가능성을 시장에 전달한 것이다.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 시사 발언 이후 전세계 금융시장은 금리가 폭등하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크게 요동치고 있다. 1% 중반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미국의 국채금리는 1개월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2.5%를 훌쩍 넘어버렸다. 4년여 만에 달러당 100엔을 돌파하는 등 끝없이 추락할 것만 같았던 엔화는 90엔대를 금세 회복하였다. 특히 신흥국 금융시장이 보인 반응은 더욱 심각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년 1조 달러 이상 신흥국으로 유입되었던 외화자금이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을 계기로 대거 해외로 유출될 것으로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출구전략이 세계경제 및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양적완화는 인플레 압력 급등으로 부작용이 크게 우려되거나 경기회복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을 때 출구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최근 미 연준이 출구전략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전자보다는 후자가 크게 작용하였다. 아직까지 미국에서는 물가불안의 징후가 없고 민간부문의 채무조정도 거의 마무리되어 소비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 연준의 출구전략이 시행되더라도 미국의 경기상황 호전으로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은 글로벌 유동성 축소를 의미한다. 미 연준의 본원통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1조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였으나, 위기 이후 대규모 양적완화로 2.7조 달러까지 치솟았다. 나라마다 다르고 시기마다 다르지만 통화승수 10을 가정하면 위기 이후 17조 달러가 넘는 미 달러화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추가로 공급된 것이다. 과거 엔캐리 거래가 성행하여 지구촌이 들썩거렸을 때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통된 엔화자금은 최대 5조 달러로 추정되었다. 이와 비교하면 미국의 양적완화로 창출된 미 달러화 시중자금은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미국의 출구전략은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미 달러화 자금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증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출구전략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세계경제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는 이유다.

이와 같은 미국 출구전략의 부정적 영향은 일본 아베노믹스의 전개 방향에 따라 완화될 수도 있다. 아베노믹스 하에서 일본 중앙은행은 연간 60조~70조엔 규모의 본원통화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에 일본의 본원통화는 작년보다 130조엔 정도 늘어난 270조엔에 달하여 미국의 그것과 맞먹는 수준까지 증가하게 된다. 이 경우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사라지게 될 17조 달러의 미 달러화 자금을 약 13조 달러(달러당 100엔 기준)의 엔화자금이 대체하여 글로벌 유동성이 우려만큼 크게 축소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의 차질없는 진행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아베노믹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간제 취업자의 증가, 노동생산성 하락, 인구고령화와 같은 일본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해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설사 해결되더라도 오랜 시간이 요구된다. 미국의 출구전략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감소분을 대체하지 못하여 나타날 수 있는 글로벌 자금경색 가능성에 미리 미리 대비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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