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더빙 제의가 들어올 줄 알았다.”
지난 2일 서울 강남의 CGV 압구정점에서 있었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에픽: 숲 속의 전설’(제작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의 쇼케이스에서 주인공 엠케이 역 더빙을 맡은 걸그룹 카라 한승연의 말이다.
한승연은 “평소 높은 목소리를 자주 사용했다. 동료 멤버인 규리가 그 전에 높은 톤으로 카랑카랑한 목소리 더빙을 먼저 선보였다. 나도 언젠가는 늙기 전에 더빙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한승연이 참여한 ‘에픽: 숲 속의 전설’에는 아이돌그룹 2AM의 정진운도 주인공인 노드 역을 맡아 새로운 재능을 뽐냈다.
걸그룹의 유명 가수가 더빙 제의를 기다릴 만큼 최근 몇 년간 애니메이션에 스타들의 더빙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 애니메이션 더빙에 참여한 스타가 올여름 관객을 찾는다. 오는 8월 1일 개봉하는 ‘개구쟁이 스머프2’의 가가멜 역은 개그맨 박명수가 맡았다. 평소 까칠한 이미지를 쌓아온 박명수는 지난 2011년 8월 개봉한 1편에 이어 이번에도 제대로 된 일치감을 보여줬다는 평을 얻었다. 박명수는 “가가멜 역을 맡은 할리우드 배우 행크 아자리아와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며 가가멜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오는 9월 개봉 예정인 ‘슈퍼배드2’에는 걸그룹 소녀시대 태현과 서현이 전작에 이어 더빙했다. 두 사람은 첫째 마고(태연)와 장난꾸러기 둘째 에디스(서현)의 목소리를 연기하며 더빙에 대한 좋은 평가도 얻었다. 또한 태연과 서현이 속편까지 참여하게 된 배경에는 ‘슈퍼배드1’의 흥행이 있다. ‘슈퍼배드1’은 총 관객 104만명을 동원하며 9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처럼 올 하반기에 스타들의 더빙이 이어지면서 개런티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들의 목소리 캐스팅 비용은 2000만원에서 9000만원 사이다. 현재까지 1억원 이상의 목소리 개런티를 받았다는 스타는 나오지 않았다. 심리적 한계선이 1억원인 셈이다. 지난해 8월 가수 아이유가 ‘새미의 어드벤쳐 2’에서 1억원을 받았다고 알려졌지만, 목소리 출연료 외의 모델료가 포함돼 사실상 1억원은 넘지 못했다.
이 밖에도 예고편에서만 더빙을 한 특이한 예도 있다. 지난 4일 개봉한 ‘쿵후팬더: 영웅의 탄생’은 KBS ‘개그콘서트’에서 체중으로 정상을 다투는 유민상, 김민경이 예고편 더빙을 맡아 홍보대사로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