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출입차단 99일째가 되던 지난 10일 공단을 방문한 59개 업체 96명 입주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석 달 동안 통풍이 안되는 공장에 방치돼 있던 장비들이 우려했던 것보다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며 재가동의 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전력 공급이 충분치 않아 완전 가동은 못했지만 육안으로 확인해 본 결과 철수를 해야 할 만큼 부식된 기계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는게 대다수 기업인들의 전언이다.
김학권 재영솔루텍 대표는 “설비는 생각했던 것보다 상하지 않았다”며 “전원이 연결되지 않아 가동하지 못하고 플래쉬를 사용해 기계 부식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만 거쳤지만 100일 정도 밀폐된 공간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크게 부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정밀도를 요하는 기계들은 전력을 공급 받은 후 다시 점검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일부 기업에서는 북측 근로자들이 공장을 방문해 입주 기업인들과 안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계·금속 업체의 한 법인장은 “북측 근로자 40여명이 일을 거들어줬다”며 “‘얼굴이 많이 그을었다’고 물어보니깐 ‘물놀이를 세게 해서 그렇다’고 답하더라. 석 달만에 만난 근로자들이 너무 반가웠다”고 말했다.이 법인장은 “공장에서 금붕어 15마리를 키우는데, 공장에 들어서니깐 제일 먼저 반겨주더라”라며 “아직까지 공단 통행이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착잡하지만 이번에 다녀온 후 재발 방지를 전제로한 공단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고 회상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오는 12일부터 개성공단에 들어가 완제품과 원부자재를 반출할 계획이다. 전기전자·기계금속·화학업종은 12∼13일, 섬유·신발·기타업종은 15∼16일 개성공단을 방문할 계획이다.
한편, 통일부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실무회담을 오는 17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은 19일 금강산 또는 개성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실무 접촉은 수용하되 장소는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개최할 것을 수정 제의했다. 개최장소가 문제일 뿐, 남북이 19일 이산가족 상봉 시물회담 개최에는 큰 이견이 없는 만큼 2010년 11월 이후 중단됐던 이산가족 상봉이 3년 만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