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에도 서로의 신뢰를 키우고 함께 난관을 헤쳐 가며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방중 기간 동안 행한 연설의 백미는 단연 칭화대(淸華大) 연설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중 사흘째인 지난 29일 베이징의 명문 청화대에서 22분간 연설을 하면서 처음 인사와 마무리를 중국어로 말해 청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또 중국 포털에서 주요 뉴스로 올랐으며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박근혜’가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중국인들의 뜨거운 반응도 이끌어 냈다.
‘새로운 20년을 여는 한·중 신뢰의 여정’을 주제로 잡은 이 연설은 ‘새로운 한반도’와 ‘새로운 동북아’를 키워드로 제시한 새로운 한중관계의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동북아에서 발생하고 있는 역사와 안보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다자적 매커니즘이 없다고 진단하면서 평화를 위한 첫걸음이 한반도 평화임을 역설했다.
그러면서“북한문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진 동북아 지역은 풍부한 노동력과 세계 최고의 자본과 기술을 결합하여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지구촌의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 고전을 인용해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청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제갈량이 아들에게 보낸 ‘마음이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원대한 이상을 이룰 수 없다’라는 고사를 언급하면서 “인생이란 살고 가면 결국 한줌의 흙이 되고 100년을 살다가도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보면 결국 한 점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면서 “바르고 진실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한중간 문화적 교류도 강조했다. 그는 “역지사지(易地思之), 관포지교(管鮑之交), 삼고초려(三顧草廬) 등 중국 고사성어가 한국 사람의 일반생활에 흔히 쓰이고 있다”며 “양국이 불과 20년 만에 이렇게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었던 이유도 문화적인 인연이 뿌리 깊게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이 대학 출신으로 현재 중국에서 여성으로는 최고 직위에 있는 류옌둥(劉延東) 부총리를 만나 반가워하며 포옹을 하기도 했다. 연설을 마치고는 칭화대 교문 모형과 자신이 감명깊게 읽었다고 밝힌 ‘중국철학사’의 저자인 고 펑유란(馮友蘭) 베이징대 교수가 당나라 때 한시를 쓴 족자를 선물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