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제로 금연한국] 흡연률 감소 vs 서민지갑 털어 담뱃값인상 ‘뜨거운 감자’

입력 2013-06-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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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안 올리나 못 올리나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 단체인 아이러브스모킹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앞에서 합리적인 담뱃값 인상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 아이러브스모킹
프랑스 정부가 7월부터 담뱃값을 최고 0.4유로(약600원) 인상하는 등 담뱃값 인상이 세계적인 금연정책의 추세지만 한국은 번번이 흐지부지되고 있다. 2004년 12월 500원 인상된 이후 지금까지 오른 적이 없다.

국회에 흡연 규제를 위해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자는 법안과 물가에 연동시켜 점진적으로 올리자는 법률안이 계류 중이지만 이 두 법안 모두 6월 임시국회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유사법안에 대해 정부 안이 나오면 병합심의하겠다는 것이 여야의 공통된 조건이었지만 정부안 제출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담뱃값 인상을 놓고 건강이나 금연 관련 시민단체들은 흡연율 감소를 위해 반드시 실행돼야 할 정책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반면, 세수 확보나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서민 지갑만 연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담뱃값 인상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담뱃값이 물가 상승폭조차 따라잡지 못해 흡연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수용하고 동시에 급격한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흡연자 반발도 막으려는 대안론으로 ‘물가연동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담배의 신규 비가격 규제 제도화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서민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해 올해 담뱃값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박근혜 정부의 140개 국정과제 주요 추진 계획에 ‘담배 및 술의 규제 강화’ 항목이 포함된 만큼 인상 폭과 시기 등 구체적인 방법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서민 울리는 담뱃값?=담배와 관련된 많은 연구에서는 담배에 부과하는 조세 부담을 높여 가격을 인상시키는 것이 담배의 소비를 감소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 반대론자들은 ‘물가 상승’으로 서민에게만 부담을 지울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담뱃값이 500원 오르면 물가는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친다. 또 1000원 오르면 0.2%포인트 오르는데 이 정도 물가상승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병호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식당 밥값도 어느날 갑자기 25% 이상 인상되는 등 시중 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그런 것에 대한 규제 없이 물가 상승 때문에 담뱃값을 올리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저소득층일수록, 또한 청소년층일수록 가격변화에 대해 소비량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고려하면 가격인상으로 저소득층에서 담배소비가 많이 줄어들게 되며 그에 따라 생필품 등 필수재에 대한 구매력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힘 받는 ‘물가연동제’…문제는 없나?=흡연율을 낮추면서도 서민경제에 충격을 덜 수 있는 가격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2009년 OECD 주요국 담배 가격•흡연율 비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담배 가격은 2500원으로 담뱃값이 가장 비싼 아일랜드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11년 기준 OECD 회원국 중 그리스 다음으로 높은 47.3%를 기록, OECD 평균치인 26%의 약 2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간한 담배에 대한 조세행정 매뉴얼(2010)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한 사망과 질병을 축소시킨다는 공공보건상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 담배제품에 대한 물품세를 인상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 종량세를 부과하는 경우 세율이 정기적으로 인상되지 않으면 실질조세부담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락해 조세의 흡연 억제 기능이 축소되므로 물가상승률에 따라 세율이 자동적으로 인상되는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한국은 낮은 담배가격만큼 조세부담도 낮다. 국가별로 가장 판매량이 많은 담배제품을 기준으로 가격 대비 총 조세의 비중(2010년 기준)을 살펴보면 그리스가 최고 수준(86%)이고 34개국 가운데 26개국이 70% 이상이며 평균적으로 73.4%를 나타낸다. 하지만 한국은 62%로 미국(45%), 아이슬란드(56%) 다음으로 낮다.

전문가들은 우리 담배소비세제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담배가격이 낮게 유지될 수밖에 없어 담배소비량을 줄이는데 기여하지 못할 뿐 아니라 세수증가에도 문제를 야기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담배소비세에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경우 점진적인 담뱃값 인상이 가능하며 지방세수 마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우선 최근 8년간의 물가상승률을 한꺼번에 반영하고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부터 담뱃값을 물가에 연동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2005~2012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매년 2.2~4.7%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초 인상분은 500~600원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물가연동제를 채택하면 담뱃값 상승폭이 매년 10원 단위로 정해질 수 있고 국민들이 체감하는 가격 변화가 거의 없어 금연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원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담배는 중독성이 강한 물질이므로 세금의 인상으로 담뱃값을 올린다해도 소비를 규제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면서 “세율을 어느 정도 올리는 것이 적정한지 여부도 국민의 조세저항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연단체들은 흡연율 감소 목적을 달성하려면 500원 인상은 실효성이 낮다고 비판한다. 흡연율이 크게 낮아지지 않으면서 세금만 오르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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