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탄소섬유’ 전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석유화학은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앞서 진출한 태광·효성·SK·GS·도레이첨단소재와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석유화학은 독일 SGL그룹과 탄소섬유 및 복합소재 사업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탄소섬유는 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 수준이지만 강도는 10배 높은 ‘꿈의 신소재’다. 우주·항공, 자동차, 조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전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현재 20억 달러(약 2조3000억원)로, 오는 2020년 50억 달러(약 5조76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 예상된다.
삼성석유화학은 이번 합작법인을 SGL과 각각 50%의 지분을 나눠갖고 공동대표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SGL은 130여년의 사업경험을 보유한 탄소섬유 업계의 글로벌 리더로서, 관련 기술과 생산시설을 보유한 전문기업이다. 현재 BMW와 합작을 통해 ‘i3’와 ‘i8’ 등 전기자동차용 탄소복합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석유화학은 합작법인을 통해 항공, 스포츠 분야는 물론, 최근 주목받는 자동차 부품, 풍력 블레이드, 전자제품 등에 사용되는 경량화 소재를 타깃으로 잡을 계획이다. 주요 판매 제품은 탄소섬유와 다양한 스펙과 형태의 프리프레그(Prepreg), 복합소재 등이다. 향후 SGL이 생산하는 탄소섬유 관련제품의 수입 및 판매를 통해 시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석유화학 관계자는 “본 합작사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탄소섬유 기술을 보유한 SGL과 마케팅에 강점이 있는 삼성석유화학 간의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며 “이를 통해 기존 시장의 확대는 물론 새로운 분야를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석유화학의 진출로 탄소섬유 시장은 더욱 혼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탄소섬유 시장은 태광산업과 효성, SK케미칼, GS칼텍스, 도레이첨단소재가 진출해 있다.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태광산업은 탄소섬유의 원료에서부터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갖추고 지난해 3월 양산을 시작했다. 울산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프리커서 3000톤, 탄소섬유 1500톤이다. 일본계 기업 도레이첨단소재도 연산 2200톤 규모의 경북 구미공장 1호 생산라인을 가동 중이다. 지난해 6월 2500톤 규모의 두 번째 생산라인 건설 공사를 시작했으며 향후 관련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효성도 지난달부터 전북 전주공장에서 연산 2000톤 규모의 고성능 탄소섬유를 양산 중이다. 2020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탄소섬유 생산 능력을 1만7000톤까지 확대하며 탄소섬유 시장의 선도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K케미칼은 미쓰비시와 함께 산업용 프리프레그를 공동개발,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프리프레그는 섬유 강화 복합재료용의 중간 기재로, 미쓰비시가 SK케미칼에 탄소섬유를 공급하고 SK케미칼이 프리프레그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GS칼텍스도 지난 4월 활성탄소섬유 생산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시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섬유 시장은 많은 기업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유망한 시장”이라며 “삼성석유화학이 탄소섬유 분야에서 유명한 기업과 손을 잡으면서 탄소섬유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