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세계적 스포츠 대회들을 성공적으로 개최함에 따라 걸출한 선수들 역시 다수 배출해내고 있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스포츠 마케팅 시장도 성장을 거듭해 현재 2800억원 규모에 이르고 있다. 아마추어, 프로 스포츠 이벤트까지 더하면 1조원을 넘어선다는 보고서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 마케팅 시장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대회운영, 방송중계권, 선수매니지먼트 혹은 스포츠 자산관리 등 질적 발전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스포티즌’이 스포츠 마케팅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0년이다.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시절이었다. 스포티즌이 주력한 분야는 스포츠 마케팅 대행, 스포츠 서비스 컨설팅 그리고 선수 매니지먼트였다. 2000년 창업 당시 심찬구 대표는 젊고 창의적 하드웨어에 안정적 재무구조라는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회사를 경영했다. 기존의 스포츠 프로그램에 대한 판권 수익을 올리는 것을 지양했다. 대신 기업의 재무적 후원을 받아 참신하고 획기적 마케팅 대행을 이끌었다.
심 대표는 1년 이상의 준비를 요하는 스포츠 행사에 발을 들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해결책은 골프였다. 골프는 일회성 스포츠 이벤트인 만큼 접근이 용이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ADT캡스 챔피언십’은 대표적 사례다. 이 대회는 세계적 보안업체 타이코사의 ADT캡스의 국내 이미지 제고를 위해 개최됐다. 스포티즌은 이 대회의 마케팅을 맡아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고객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 또 다른 KLPGA 대회 ‘넵스 마스터피스’에서도 역량을 발휘했다. 스포티즌은 주방가구 회사 넵스의 브랜드 이미지 구현에 큰 역할을 했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대회에 작품 전시 등을 유치해 갤러리의 호평을 받았다. 이 같은 차별성을 통해 스포티즌은 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작지만 내실 있는 회사로 발전했다.
선수 관리 역시 주력분야다. 지난 2002년 당시 고교생 최초로 한국오픈을 제패한 김대섭 선수를 1호로 김주미, 모중경 등 총 15명의 골프선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다. 그 밖에 김인성(성남 일화)등 축구선수 8명과 스노보더, 테니스 선수 등도 관리하고 있다.
스포티즌의 초창기 연 매출은 50억∼60억원 선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180억원에 달했다. 2013년 매출은 2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골프뿐 아니라 축구, 테니스 등 타 종목에 대한 투자로 선수 다양화에 나설 예정이다. 김평기 부사장은 “벌써 창립 14주년을 맞았다. 이제는 사명감과 함께 비인기 종목이지만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적극적으로 개척할 필요성을 느낀다”며 “테니스와 동계 스포츠 선수들을 아낌없이 후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티즌은 현재 스포츠 자산에 대한 전문적 운영 역량을 갖춘 대표 스포츠 마케팅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크고 장기적인 밑그림을 설계하고 있다. 마케팅 대행 구도에서 벗어나 고수익 프로젝트인 스포츠 자산(권리, 권한, 기술, 인적자산)을 가공해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기업뿐 아니라 국내 스포츠산업 발전도 이끌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스포티즌은 몇 가지 목표를 세웠다. 골프선수 매니지먼트 사업은 기본 바탕이다. 여기에 타 종목에 대한 매니지먼트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스포티즌은 야구에서 사업 역량을 늘리고 있다. 자동차업체 쉐보레와 함께 프로야구 분야에 뛰어들어 공격적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에 연고를 둔 SK 와이번스를 시작으로 총 4개 구단 광고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9개 구단에서 고객 접촉 마케팅 역시 시도하고 있다.
세계적 스포츠 마케팅 기업으로서의 입지도 다져간다는 계획이다. 메이저리그(MLB), 미국프로농구(NBA), 해외 인기 동계스포츠 등 외국 시장으로부터 많은 의뢰를 받았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발렌타인, 나이키, 3M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 대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을 대행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에는 국내 최초로 유러피언골프대회(LET)를 개최하기도 했다.
[스포츠 산업 메카를 찾아서 ②스포티즌]심찬구 대표, ‘가치 창조’ 경영 최우선 목표로… 국내 스포츠시장 선구자 될 것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하려고 한다”는 그의 말에서 그가 추구하는 ‘자유’, ‘창조’라는 경영 가치가 엿보였다. 심 대표는 기업을 이끌면서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장과 고객, 직원을 위한 가치 창조를 최선으로 여기고, 만약 그렇지 않으면 기업은 도태된다”는 것이 그가 믿는 경영철학이다.
심 대표는 “세계적 선수를 비롯해 내로라하는 세계 스포츠 이벤트는 한국이 모두 개최했다. 스포티즌은 수익 창출을 위함이 아니라 국내 스포츠 시장의 선구자적 역할을 위해 움직인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이후 미국 UC샌디에이고에서 국제경영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정치인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과정을 밟았던 심 대표다.
그는 “정치를 공부하던 2000년대 초반 새로운 비즈니스에 눈을 뜨게 됐다. 그러던 중 스포츠산업 시장이 틈새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목표를 정한 심 대표는 유학시절 스포츠 마케팅에 성공한 외국 사례를 철저하게 분석해 국내로 들어왔다. 당시 그의 나이 30세. 믿을 것은 ‘배짱’뿐이었다.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던 때다. 당시 기업·협회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업을 따내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스포츠인 출신이 아닌 심 대표에 대한 ‘텃세’도 만만치 않았다. “기업에 20~30개의 사업제안서를 넣으면 그중 하나가 될까 말까였다”고 그는 밝혔다. 하지만 노력 끝에 기업들도 조금씩 문을 열기 시작했다. “2003년 스포티즌은 상암경기장 이용 활성화 컨설팅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BMW, 넥센, 나이키, 지산·용평리조트 등이 컨설팅 또는 마케팅을 의뢰했다. 프로젝트를 성공시킬수록 한 단계씩 성장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스포티즌은 회사를 운영하는 거시적 틀부터 사원·인턴을 챙기는 미시적 시각까지 어느 하나 소홀한 법이 없다. 심 대표는 “사람만큼 가치 있는 자산은 없다. 틀에 박힌 인력 채용으로는 스포츠 마케팅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특정 자리에 꼭 필요한 사람만 채용하게 되면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우리는 부하직원이 아닌 함께 일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