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들었던 점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싫어서 그런 줄 알았어요.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어서 다시는 레슨을 받지 않으려고 생각도 했죠. 하지만 그 문화에 곧 익숙해지더군요.”
한국과 미국 프로골프 무대에서 정상에 오른 프로골퍼 문수영(29)씨의 말이다. 그는 2003년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무대를 전전했다. 그러나 성적 부진과 경제적 어려움, 거기에 부상까지 겹쳐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그는 경제적 문제가 미국 생활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라고 털어놨다. 약 2700달러(약 300만원)나 되는 대회 출전 경비와 정기적인 레슨비 때문이다. 미국에서 전담 코치를 둘 만큼 여유로운 미국 생활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인 코치를 미국으로 불러들일 수도 없었다.
정기적 스윙점검과 체크가 필수인 프로골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따라서 그는 스윙이 흐트러질 때마다 고민에 빠졌다. 도저히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일시 귀국해 스윙점검을 받은 후 다시 미국으로 떠난 적도 있었다
프로골퍼 문수영씨와 같이 미국 무대에 진출은 했지만 대회 출전 경비와 레슨비를 감당하지 못해 고민하는 프로골퍼들이 많다. 비싼 레슨비에 반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적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에서의 골프 레슨은 시간제로 월 단위 레슨비를 책정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한 달이라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체계적인 레슨을 받으려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마다 필요한 만큼의 개인지도를 받는다.
미국에서 PGA마스터에게 레슨을 받을 경우 시간당 200만~300달러(22만~34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PGA마스터는 PGA가 인정하는 티칭프로 중 최고 레벨로 전 세계적으로 200명도 안 된다. PGA마스터보다 등급이 낮은 클래스A는 시간당 150달러(17만원) 수준이다. 서울 강남 소재 골프연습장에서의 시간당 레슨비(8만~10만원)와 비교하면 약 2배다.
그러나 레슨비와 티칭프로 등급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나경우 PGA마스터 프로골퍼는 “클래스A라고 해도 PGA마스터 이상의 레슨비를 받는 사람도 있다”며 “실력과 인지도, 그리고 회원들의 만족도가 레슨비 책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나경우 프로는 또 “미국인들의 레슨은 합리적이지만 비싸고 에누리가 없다”며 “1시간짜리 레슨이 시작되면 스톱워치를 작동시켜 1분 1초도 더하거나 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에 반면 국내에서는 에누리가 필수다. 30분의 레슨이라도 5~10분 정도는 더 지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레슨 방법에도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티칭프로들은 어드레스와 백스윙부터 지도하는 반면 미국의 티칭프로들은 풀스윙하는 법부터 지도한다. 정의석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골프숍 레슨프로는 “우리나라는 체계적인 레슨을 중시한다. 기본기부터 시작해 정확한 자세를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미국은 엔조이다. 필드에서 골프를 즐기는 방법이 중요하다. 기본기나 정확한 자세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마음껏 스윙하는 법을 배운다. 그만큼 멀리 날리는 호쾌한 스윙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싼 레슨비에 반해 골프장 그린피는 저렴하다. 회원제골프장은 300~500달러(34만~56만원)로 국내 25만원 수준의 그린피보다 비싸지만, 퍼블릭 골프장은 20~30달러(2만2000원~3만4000원)면 18홀 라운드가 가능하다. 거기에 지역주민, 프로골퍼, 어린이 등 할인 대상도 많아 부담없는 비용으로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국내는 퍼블릭 골프장이라고 해도 10만~20만원 정도의 그린피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10배까지 저렴한 비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정의석 프로는 “처음에는 문화적 차이를 느낄 수 있지만, 거기에 익숙해지면 미국만큼 골프를 즐기기 좋은 곳은 없다”며 “즐기는 방법에 따라서는 미국의 골프 레슨비가 비싸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