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관계자의 볼멘소리다.
보험 민원에 대한 금융당국과 보험사의 엇갈린 입장을 듣다보면 얽힌 실타래를 보는 것 같다.
어디서부터 매듭을 풀어나가야 할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보험 민원을 절반으로 줄이라는 금융당국이나 보험 민원의 무리한 축소 요구는 블랙컨슈머만 양산할 것이라는 보험업계의 시각차가 뚜렷하다.
우선 블랙컨슈머에 대한 규정부터 양측의 입장이 크게 다르다. 금융당국은 블랙컨슈머의 개념을 명확히 규정짓지 않고 있다.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블랙컨슈머를 마음대로(?) 규정짓는 보험사들의 주장에 불만이 많다. 보험사들 역시 블랙컨슈머에 대한 정의를 확실히 내리지 못하고 있는 금융당국이 답답하다.
하나의 사안을 두고 시선이 모아지지 않는 상황인데 이를 대하는 의견이 합치될 리 없다.
보험사는 민원 감축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는지 어떻게든 불리한 집계를 통계에서 빼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는 금감원에 “보험사가 아닌 대리점 설계사의 불완전 판매에서 생기는 민원, 그리고 소비자 민원이 아닌 설계사와 보험사 간 분쟁에서 생기는 민원 등은 집계에서 제외해 달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이는 보험사들의 명백한 책임 회피다. 대리점에서 팔든, 본점 설계사가 팔든 모두 자사 상품인 만큼 불안전 판매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옳다. 소비자는 대리점을 보고 상품을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 회사의 상품을 믿고 가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리점 설계사의 불완전 판매에 해당 상품의 주인인 보험사가 ‘나몰라라’식으로 대응한다면 대리점을 통한 상품 판매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보험사들은 ‘민원 감축’에 노력하기보다 ‘민원통계 감축’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불완전 판매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하되, 단계적 감축 방안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퇴로 없이 몰아붙이기는 보험사의 민원 감축 꼼수만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