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강준만 교수 “대한민국은 예로부터 甲乙공화국”

입력 2013-05-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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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과 을의 나라’ 라면상무 등 최근 이슈 분석… 관존민비 시대 고착화된 문화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최근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갑을 논란을 조명한 책을 내 눈길을 끌고 있다. 강 교수는 최근 갑을 관계의 불합리한 사회에 대해 분석한 ‘갑과 을의 나라(인물과 사상사)’를 출간했다. 강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라면 상무’에서부터 ‘밀어내기 영업 행태’ 등으로 불거진 갑을 관계의 부도덕성에 대해 질타하면서,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로 수직적 갑을 관계가 끝나야 비로소 ‘증오의 종언’이 온다는 사실을 들었다. 강교수는 “갑을 관계는 계약 당사자를 일컫는 말일 뿐이지만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정형화된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석했다.

‘대기업 임원의 항공기 여승무원 폭행 사건’, ‘세종시로 근무지를 옮기라는 공무원에 대한 강압적 요구’, ‘하청업체를 노예 대하듯 업신여기는 사회 초년병 대기업 회사원’ 등 최근 논란을 야기한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에 고착화된 갑을 문제를 적시했다.

강 교수는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갑을 관계가 형성된 역사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강 교수는 책에서 ‘왜 한국인은 갑을 관계에 중독됐나’를 통해 갑을 관계의 원형이 관존민비에서 시작됐고, 현재의 전관예우 관행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이어 “관존민비는 하나의 이데올로기 체계로 굳어져 사회 전 분야로 확산되었는 바, 그 핵심은 적자생존·약육강식·우승열패로 대변되는 사회진화론”이라며 “강대국들의 끊임없는 위협과 강탈의 역사 속에서 시달려온 한국의 국가적 운명이 한국민 개개인에게까지 내면화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갑과 을을 연결해주는 과정에서 온갖 비리가 난무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브로커의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또한 을에서 갑으로 일방향으로 전달되는 선물의 가면을 쓴 뇌물의 문제도 갑을 관계의 한 현상으로 파악했다. 강 교수는 “오랫 동안 권력자들의 갑질에 시달려왔다. 시위는 감성의 추동을 받은 ‘을의 반란’이다. 한국이 시위 공화국이 된 이유는 법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이성적인 소통을 거부하거나 폄하하는 문화적 관행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갑을 관계의 역사, 사례, 문제점 등을 제시하며 우리 사회의 모순을 분석한 강 교수는 최근 발생한 갑의 고압적 지휘권 행사와 만행에 을은 더는 참지 말고 싸우라고 한다.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항을 부추기는 배경에는 SNS가 있다. 빽 없고 줄 없는 을에게 대중이 주시하는 드넓은 광장이 SNS라는 견해다. 올 초 취업 포털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서 79.5%가 자신을 을이라고 인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민 대다수가 을인 사회에서 갑을 관계가 문제가 되는 현상에 대해 강 교수는 “‘을의 반란’은 시대정신이다”라며 “‘을의 반란’이여, 더욱 가열차게 행군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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