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미국과 중국, 한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조만간 한반도 관련국의 외교적 행보 가속화로 남·북·미·중의 4각 연쇄접촉이 본격화됨에 따라 한반도 정세도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등은 이날 “김정은 동지의 특사로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하기 위하여 특별비행기로 22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최 총정치국장은 첫 일정으로 이날 왕자루이 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났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이르면 23일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지도부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매체는 최 총정치국장의 방중 목적과 일정 등을 밝히지 않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김 제1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중국에 특사를 보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룡해는 북한의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겸하는 군부의 최고위급 인사다. 김일성과 함께 항일 빨치산 운동을 한 ‘혁명 원로’최현의 아들이고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의 측근이면서 최근 김정은의 현지지도를 수행한 김정은의 최측근인사로 꼽힌다.
이처럼 이번 특사 파견에 무게있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소원해진 북-중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공세적 시도로 읽힌다. 북한의 고립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의 핵심실세인 최 총정치국장을 특사로 공식 파견함으로써 북중 관계는 물론 북미관계 나아가 남북관계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중,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관계를 강화하고 미국에 대한 메시지를 중국을 통해 전달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최룡해가 이번 중국 방문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방중의 기초 작업을 위한 ‘선발대’ 임무 성격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은 최 특사의 방중에 앞서 사전에 우리 정부와 미국에 특사 파견 사실을 알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청와대는 북한 특사의 중국 방문과 관련, “현재 한중 외교당국 간 협의를 갖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 속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특사파견이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 등을 분석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말을 아끼고 있지만 북중관계 복원과 남북문제에 대한 해법을 논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최룡해의 방중은 당 국제부장 등 다른 인사들이 가는 것하고는 의미가 남다르다”며 “공개적으로 방중이 이뤄지는 데다 김정은의 메시지를 가지고 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북중 관계 개선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