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이 노사 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는 명확한 법률적 정의가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를 놓고 20여년이 넘도록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1982년 내놓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정의 규정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1임금 지급기(한 달 주기) 내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소정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금품’을 의미한다. 근로자의 노동력에 대한 가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기적·일률적·고정적’이라는 표현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통상임금은 퇴직금과 각종 수당을 정할 때 기준으로 사용된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초과 근로 수당과 퇴직금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의 지난해 통상급여는 연간 2655만원이다. 그러나 상여금 750%(1659만원)·성과금 500%(1106만원)·일시금 950만원 등을 모두 더한 총 금여는 6370만원에 달한다. 이는 현행 통상임금보다 2.37배 많은 액수다. 따라서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잔업·특근 수당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이 일시 환급해야 할 비용만 2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라는 입장도 내비치고 있다.
향후 임금 상승도 쟁점이다. 재계는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임금이 20~30%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퇴직금 및 수당을 재산정하면 38조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공공부문에서는 12조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두 합하면 사용자 측에서는 50조원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부담을 지게 된다.
노동계에서는 상여금을 정해진 달이나 분기별로 주는 사업장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에서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혀왔다. 대법원은 1994년 육아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육아수당이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 자녀가 있는 근로자에게는 조건 없이 지급된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명절 떡값, 여름 휴가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3월에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봐야한다고 판시했다. 시내버스회사인 금아리무진 소속 운전기사 구모씨 등 19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에서다. 이 판결은 “정기상여금·근속수당·가족수당 등 근로시간과 관계없는 생활보조적·복리후생적 급여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을 정면으로 뒤집은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