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북한에 대화를 제의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제품 반출을 위한 실무적 성격의 회담이지만,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단초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문제는 북한이 여기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지난 4월 두 차례의 대화제의에도 묵묵부답이었던 북한에게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이끌만한 당근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 제의가 입주기업을 달래고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고육책이자, 윤창중 사태와 관련한 국면전환용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개성공단 현지에 보관 중인 원·부자재와 완제품 반출 등 입주기업의 고통해소를 위한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 개최를 북측에 제의한다”고 밝혔다. 회담 장소로는 판문점 ‘평화의 집’을 제안했으며, 회담일정은 조속한 시일 내에 북측이 편리한 방법으로 답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처럼 지난 두 차례 제의보다 내용과 메시지는 더 구체화되고 대화 제의 태도 또한 적극적이어서 이번에야말로 남북이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아 교착 상태에 빠진 개성공단 출구찾기에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여·야도 정부의 대화 제의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보호를 위한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특히 북한의 도발 위협이 수그러든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가 시작되기만 하면 단순한 개성공단 철수 후속조치가 아닌 한반도 위기를 해소할 만한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대화 거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아직은 낮아 보인다. 북한은 새 정부 들어 우리 측이 제안한 2번의 대화 제의를 모두 거부해 온데다 북한이 전날부터 이틀간 진행된 한미 연합 해상훈련에도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에 정부 일각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남북 대화 제의가 충분한 준비 없이 서둘러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더욱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완제품 등의 반출 문제는 ‘추후 협의’를 통해 해결한다고 강조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에서의 회담 제안 지시가 떨어지자 입장을 바꿨다.
청와대와 통일부가 상호간의 조율 없이 엇박자를 내는 모습에 일부에서는 윤창중 파문을 빠르게 수습하기 위한 카드로 꺼낸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됐다.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15일 라디오 방송에서 “관계부처인 통일부와 사전 교감없이 일방적인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회담 제의에 과연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라고 지적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개성공단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명분을 찾은 북한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개성공단 책임을 남쪽에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섣불리 제의에 반응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