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 이후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감독의 눈에 들어 주전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만큼 지도자는 해당 선수가 한 단계 도약하느냐 퇴보하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존재다. 해외에서 한국 선수들을 지도한 경험이 있는 지도자들은 한국 선수들에 대해 거의 공통적으로 말하는 내용이 있다. “예의바르고 성실하다”는 것. 전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 베르트 판 마바이크, 독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위르겐 클롭 감독, 독일 베르더 브레멘 유스팀 단장 토마스 볼터, 오스트리아 슈투름 그라츠 감독 페터 휘발라 등 한국 선수들을 지도해 본 지도자들은 모두 이 같은 말을 했다.
하지만 긍정적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기와 창의성이 부족하고 경기 중 소통에 원활하지 않다는 점 등은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국내에서의 지도자·선수 간 관계가 유럽과는 다른 점에 기인한다. 세월이 많이 변했지만 국내에서 지도자·선수 간 관계는 아직 수직구도다. 반면 유럽은 수평적이다. 때로는 격식을 생략하고 친구같이 조언해 주는 존재다. 물론 유럽의 모든 지도자가 이와 같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수평적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해외에 진출한 선수들은 현지 지도자들에 대해 “때로는 친구 같고, 때로는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수직적 관계에서 선수들은 자신이 가진 개성을 드러내기 힘들다. 특유의 돈독한(?) 선후배 문화는 뛰어난 후배의 성장을 막는 경우도 있다. 반면 유럽 지도자들은 선수가 가진 기량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연구한다. 눈앞의 성적보다는 선수의 장래를 중요시한다. 일례로 선수의 포지션을 변경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국내에서는 지도자의 말이 곧 법이지만 유럽에서는 그 이유를 반드시 설명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대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스포츠 지도자는 아니지만 약 8년 전 독일 본에 위치한 발도르프 학교를 방문했을 때 도미닉 슐렌처 미술교사는 이 같은 말을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깎아 나가는 조각이 아니라 붙여 나가는 소조다. 처음부터 정해진 한계 내에서 입맛에 맞도록 깍아 내는 것이 아니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교사의 뜻대로 학생의 한계를 한정하고 규제해선 안 된다.”
스포츠 지도자들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선수의 한계를 임의로 규정 짓지 않고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 유럽의 지도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