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창조경제의 반대말은 공무원? - 김광일 부국장겸 미래산업부장

입력 2013-05-08 15:08 수정 2013-05-0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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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창조경제'만큼 피로감을 주는 말도 없을 듯하다.

박근혜 정부출범직후 중구난방 쏟아지던 창조경제는 이제 각 부처별로 스며들어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또다시 봇물이다.

주무부처 미래부 장·차관 보도기사에는 그 것이 일자리이든, 산업육성책이든, 통신요금이든 분야에 상관없이 항상 '창조경제' 키워드가 접두어처럼 제목을 장식한다.

놀라운 사실은 창조경제란 단어가 단순한 슬로건에 그치지 않고 정부 정책 곳곳에 마치 문제해결의 '종결자'처럼 떡하니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설익고 생뚱맞은 창조 프로젝트들이 떼거지로 등장하고 있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창업"이라는 최문기 장관의 발언을 뒤받침하는 정책들은 평가하기조차 쑥쓰럽다. 전국 주요 장소에 '무한상상실'을 마련,학생과 일반인,연구자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아이디어를 발굴, 이를 사업화한다는 내용이다.

순진한 것인지, 아님 창업후 99%이상이 사라지는 벤처창업의 냉엄한 생태계를 몰라서 내놓는 정책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공무원들은 정말 학생,일반인들에게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공간만 내주면 바로 사업화,창업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인가?

더 가관인 것은 '창조경제지수'개발이다. 한마디로 경기지표처럼 국내 창조경제 역량을 측정, 평가할수 있는 지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성과를 내기도 전에 벌써부터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다.

억지스럽고, 공무원스러운 정책은 또 있다. 박근혜대통령은 4월초,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간 살인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층간소음 문제 해결도 창조경제"라고 발언한바 있다.

창조경제가 대통령의 입을 통해 만능키로 변신하자, 미래부는 즉각 화답했다.

정부는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이슈 해결형 범부처 프로젝트'라는 듣도 보도못한 이름의 정책과제를 내놓았다.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자. '일반인과 과학기술자,인문 사회학자를 참여시켜 대상 이슈를 선정하고, 기술개발과 법제도를 개선해 해결한다'

정부는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100억원을 투입, '사회이슈~~'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층간소음은 아파트를 시공하는 건설사들이 공사비와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층중간에 적정수준의 방음제를 넣지 않아 생긴 일인데, 이 문제해결을 위해 국민세금 100억원을 쏟아부어 시법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재래시장,농업,중소기업에 ICT만 접목하면 금새 창조경제의 테마가 된다는, 보는 사람조차 민망한 '창조' 정책들은 이외도 줄줄이 대기중이다.

이쯤되면 창조경제는 모든 것을 다 할수 있는 요술방망이나 진배없다.

정말 가관인 것은 공무원들 스스로 창조경제의 주체가 될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무원들은 창조지수와 무한상상실,충간소음 프로젝트 등을 통해 스스로 사업화와 벤처창업의 매커니즘을 만들고, 이를통해 일자리와 경제성장세를 이끌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창업 생태계와 신(神)조차도 알수 없는 벤처생존의 노하우 두 분야를 넘나들며 스스로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우뚝 서겠다며 의욕을 보인다.

금새 성공한 벤처기업들이 쏟아질 것이란 강렬한 자신감은 도무지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수 없다.

창조경제의 주인공은 지금껏 없었던 시장과 수요를 만들수 있을 만큼의 파격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주체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기업가들이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쏟아내는 아이디어들이 창업,신사업으로 이어지고, 그 가운데 0.5%~1%라는 극한의 생존확률속에 살아남은 비즈니스가 바로 창조경제 엔진을 뎊히는 불쏘시개들인 것이다.

창의적인 기업가와 열정이 뿜어나오는 젊은이들이 공정하게 도전할수 있는 창업생태계를 만드는게 창조경제의 핵심이다. 공무원들은 이들 주인공들이 놀고, 불쏘시개가 활활 탈수 있는 생태계 타운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해야 한다.

창조지수와 무한상상실 등은 한 두달만에 속성 재배할수 있지만, 창조경제 생태계 숲은 결코 몇 개월만에 뚝딱 만들수 있는게 아니다.

창조경제의 반대말이 제발 '공무원'이란 단어가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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