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국노래자랑’ 언론시사회가 있던 날, 배급사 담당자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BP가 몇 명이에요?”였다. 그만큼 이경규(인앤인픽쳐스 대표) 영화의 관객 수와 수익은 관심거리다. 1992년 이경규 연출작 ‘복수혈전’이 흥행 참패로 막을 내린 이후 개그 소재에 불과할 것 같았던 그의 영화 관심은 연출자에서 제작자로 포지션을 옮겼다. 이후 2007년 ‘복면달호’를 거쳐 올해 ‘전국노래자랑’으로까지 이어졌다. 영화에 대한 이경규의 애착은 웃음도 아니요, 돈도 아닌, 꿈과 명예다.
23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경규는 “일부러 웃기려고 하거나 울리려고 하지 않은 작품”이라고 영화를 소개한 뒤 “나와 이종필 감독이 제시하고자 한 화두는 ‘당신이 주인공’이라는 메시지”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영화를 통해 “돈보다 사람을 얻고 싶었다”는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영화 제작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함과 동시에 지인들과의 우정을 확인했다. 먼저 영화 속 메인 테마곡인 ‘전국을 뒤집어 놔’는 싸이와의 인연으로 작곡가 유건형에게 받았다.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싸이가 출연했던 것을 인연으로 이경규는 ‘강남스타일’ 티저 예고편에 출연해 주었고 싸이는 곡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후 ‘강남스타일’의 성공으로 한국을 떠나 있었던 싸이는 자신과 콤비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 유건형을 통해 약속을 지켰다. 영화 속에서는 ‘전국노래자랑’ 사회자인 송해를 비롯해 연기자 김용건·신은경, 가수 김태원(부활), 형돈이와 대준이가 카메오 출연해 이경규와의 인연을 빛냈다.
주연배우로 나선 김인권은 좀더 이경규를 이해한 인물이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극중 서민이면서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봉남 캐릭터를 잡을 때 이경규 대표의 마음을 헤아려봤다”고 했다. 이유인즉 개그맨이면서 영화에 대한 꿈을 꺾지 않는다는 것. 김인권은 아무도 가수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스스로는 가수가 될 것이라고 믿는 봉남과, 아무도 영화로 성공할 것으로 믿지 않지만 스스로는 가능하다고 믿는 이경규가 닮은꼴이라고 피력했다.
그렇다면 영화 ‘전국노래자랑’에 대한 제작자 이경규의 만족도는 얼마나 될까? 그는 “늘 다음 작품이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든다는 어떤 감독의 말이 떠오른다”면서 “다음에는 이 영화보다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벌써부터 차기작을 예고했다. 영화 제작사 대표로 재직 중인 이경규에게 영화로 인한 경제적 흥망성쇠는 정말 중요하지 않은 듯 보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영화로 인한 이경규의 경제적 데미지는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 약 4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된 것으로 추정되는 ‘복수혈전’은 20만명 관객을 동원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절대적 관객 수가 모자랄 뿐 경제적으로는 큰 손실을 입지 않은 것. 총 제작비 48억원을 쓴 ‘복면달호’는 150만명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맞췄다. 그렇다면 ‘전국노래자랑’은? 150만명 관객 동원을 하면 이후부터는 수익을 얻는 구조다. 최근의 극장가 분위기와 영화 ‘전국노래자랑’의 완성도로 볼 때 손익분기점은 어렵지 않게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