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텔슈탄트(Mittelstand)’, 독일의 중소기업을 가리키는 이 단어에 그 해답이 숨어 있다. 독일 중소기업연구소(IFM Bonn)에 따르면 독일의 중소기업 수는 2012년 기준 400만개에 달한다. 독일 전체 기업 중 99.6%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가운데 34만개 기업이 수출에 참여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순 부가가치는 독일 경제 규모의 50%를 상회한다.
그렇다면 세계가 부러워하는 독일의 중소기업, 그들이 잘 나가는 성공비결은 대체 무엇일까?
첫째, 독일 중소기업의 가장 큰 강점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이들은 큰 시장의 2인자, 3인자를 꿈꾸지 않는다. 작은 시장이라 하더라도 세계 제일이 되기를 바란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빈터할터’다. 최고급 호텔에서 사용하는 식기세척기 분야 가운데 이 기업은 2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기술 중심의 B2B(기업간 거래) 부문에 집중, 경쟁력을 극대화시킨 경우다. 상품과 제품이 세계화에 성공을 거두면서 수출 경쟁력이 크게 향상된 결과이기도 하다.
둘째, 독일 미텔슈탄트의 강점은 ‘연구개발(R&D) 역량’이다. 독일 중소기업의 다국적 특허권 등록 수는 무려 2만1000여건(2003~2005년 누적)으로 대기업 비중이 높은 일본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실제로 독일 중소기업의 R&D 투자비용은 대기업보다 훨씬 높은데, 특히 히든챔피언 기업의 경우 매출액의 약 5%를 연구개발에 늘 투자한다고 한다.
셋째, 독일 중소기업의 특징 가운데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인재양성’ 문화다. 독일은 전체 학생 가운데 27% 정도가 직업학교로 진학한다. 이들 가운데 80%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직업훈련을 받는다. 특히 1주일에 3일은 산업현장에서, 나머지 이틀은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듀얼직업교육시스템은 OECD로부터 ‘고효율적’이라는 극찬을 받을 정도다.
넷째, 독일 중소기업들은 ‘전문화된 가족기업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 중소기업 가운데 97.3%가 가족기업이다. 기업 소유자가 직접 경영을 하고 다음 세대로 상속된다. 지배구조가 안정되다 보니 단기이윤 추구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와 성과를 생각한다. 이 때문에 독일 중소기업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결정적 특징으로 가족기업을 꼽는 이들도 많다.
독일은 7년간 고용을 계속 유지하면 상속세가 면제된다. 독일에서는 중소기업의 사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이라고 보지 않는다. 고용을 늘리는 것을 사회적 역할 가운데 하나로 판단한다. 독일 중소기업이 가족기업의 특성을 강하게 갖는 것은 장인정신과 함께 경영권 상속에 대한 부담감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텔슈탄트는 대부분 대도시보다는 지방이나 소도시에 분포돼 있다. 지역사회와 직원들과의 깊은 신뢰관계에 가장 중요한 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독일 중소기업의 장점은 ‘다양한 클러스터’와 연계돼 있다는 점이다. 독일에는 지역별·산업별로 특화된 다양한 클러스터가 있다. 이들은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연계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주도한다. 자동차와 부품산업은 뮌헨 및 슈투트가르트 남부, 전자산업은 뉴른베르크-에랑겐 지역, 기계산업은 슈투트가르트 지역에 밀집되어 있다. 또한 바이오와 태양광, 실리콘, 의료공학 등 첨단산업 클러스터도 활발히 조성되는 중이다.
미더필드가 축구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듯, 우리경제의 명암도 이제 허리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에 달려있다. 중소기업 스스로가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최고의 기업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해야하는 만큼 중소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안목의 체계적인 지원도 중요하다. 우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저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우리들의 저력과 노력들이 모아진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독일 중소기업을 능가하는 수 많은 글로벌 강소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