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ADB) 연차총회에서 만남을 가진다.
이번 총회 참석을 위해 15일 김 총재가 출국하고 현 부총리는 17일 출국할 예정이다. G20 본회의에 앞서 현 부총리와 김 총재가 사전에 첫 만남을 가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번 G20회의에서 일본의 노골적인 엔저정책에 대한 직접적 경고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 만큼 현 부총리와 김 총재의 공동전선을 펴기 위한 사전 공감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일본의 2차 엔저 공습이 가시화되면서 최대 피해국으로 한국이 지목되는 만큼 그동안 금리로 갈등을 빚어왔던 앙금을 풀고 국익 차원에서 합심해 국제 공조를 통한 엔저 파고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일본의 엔저 정책을 묵인했던 미 재무부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일본이 약속을 어기고 의도적 엔저정책을 펴고 있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보냈다.
이에 따라 엔저정책에 대한 국제공조를 이끌어내기에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아 두 수장이 이번 만남을 계기로 서로 앙금을 풀고 G20회의에 엔저 응징책을 관철해야 하는 만큼 첫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현재 양측은 빡빡한 일정으로 국내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시간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앞으로 정책방향에 공조할 가능성이 크다. 현 부총리와 김 총재는 최근 금리정책과 관련해 불협화음을 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경기고 및 서울대 선후배 관계인 만큼 이번 만남에서 앙금을 어느 정도 해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김 총채는 한은의 독립성을 무시하듯 일방적 금리인하 압박을 가해 온 현 부총리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지난 5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김 총재가 새 정부 경제팀의 금리인하 압박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청와대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서별관회의)에 불참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당면 과제인 엔저 공습 방어를 위해 현 부총리와 김 총재가 어색한 동거를 털어내고 한목소리로 국제사회의 정책공조를 이끌어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록 새 정부 경제팀이 거칠고 무례한 방식으로 김 총재를 압박했지만 ‘국격’(국가의 품격)을 고려해 김 총재가 해외에서까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워싱턴 G20에서 현 부총리와 김 총재가 그동안의 불협화음을 털어내고 반 엔저 정책 전선을 얼마만큼 국제공조를 이끌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