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렵 자동차는 앞에 엔진을 장착하고 그 뒤에 승객석을, 맨 뒤에 트렁크를 붙인 3박스 타입이 주를 이뤘다. 바로 ‘세단(Sedan)’이다.
세단은 대부분 차 앞쪽에 엔진을 달고 뒤쪽에 승객석과 트렁크 공간을 만들어 적절한 무게 배분을 꾀했다. 덕분에 승차감이 좋고 주행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세단은 고급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후 수십년 동안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왔다.
세단 일변도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자동차 디자인에 변화가 생긴 시기는 1990년대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제조 기술이 한층 발달하면서 두 가지 이상의 기능과 용도를 하나의 차에 담은 ‘장르 파괴자(Segment Buster)’가 속속 등장한 것이다.
이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대표적인 제품이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와 해치백이다.
SUV는 2차 대전을 누비던 야전용 군수차량이 네바퀴 굴림의 특성을 유지한 채 일반 사용자를 위한 레저용으로 변신한 자동차다. 최근에는 투박하고 거친 느낌을 걷어낸 도심형 모델도 속속 등장하면서 SUV는 중형차를 넘어서는 인기 모델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SUV는 전통적인 베스트셀러 중형차와 준중형차보다 더 많이 팔렸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지난 한해 판매한 SUV는 총 25만262대. 전체 국산차 판매량 중 21.3%로 중형차(20.3%)와 준중형차(18.6%) 점유율을 앞섰다.
SUV가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중형차에 버금가는 성능과 승차감을 지녔기 때문이다. 휘발유보다 값싼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엔진도 경기침체 시대에 빛나는 SUV의 장점이다. 주행감각은 세단에 못지않고 여유로운 짐 공간과 여타 실용성 등에서는 세단을 압도한다.
승객석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는 ‘해치백’ 자동차 역시 국내에서 빠르게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해치백은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는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서울올림픽 이후 본격적인 ‘마이카 시대’가 도래하면서 소형차를 중심으로 인기 차종으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에는 수입차 업체들을 중심으로 독특한 스타일과 실용성을 겸비한 모델들이 국내시장에 잇따라 출시되면서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실용적이고 스포티한 멋을 함께 누리고 싶은 20~30대가 해치백의 주요 소비층이다.
한국과 미국, 일본을 대표하는 SUV의 장·단점을 본지 기자들이 직접 시승해서 살폈다. 또 수입차 시장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유럽산 해치백의 장점도 알아봤다. 나아가 고성능 타이어 시장을 뛰어넘는 초고성능(UHP) 타이어 시장의 트렌드와 주요 제품도 함께 살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