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주목받는 프로그램은 역시 MBC의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다. ‘아빠 어디가’는 꺼져가던 ‘일밤’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시골 마을로 여행을 떠나면서 일어나는 생생한 에피소드는 단숨에 깐깐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자극적이고 뻔한 예능에 피로감을 느끼던 시청자들은 아이들의 순수한 매력에 금세 빠져들었다.
특히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는 먹성 좋은 모습으로 다양한 ‘먹방(먹는 방송)’을 낳으며 ‘국민 귀요미’로 떠올랐다. 인기를 몰아 라면 CF는 물론 이동통신회사 CF까지 캐스팅됐다. 다른 아이들에게도 CF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방예담은 천재 남매 악동뮤지션과 나란히 SBS ‘K팝 스타2’ 결승전에 올랐다. 올해 열두 살, 아직 초등학생인 방예담은 뛰어난 끼와 실력으로 무대마다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오는 7일 생방송에서 과연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이하 붕어빵)은 2009년 첫 방송된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200회 이상 이어지고 있는 ‘붕어빵’은 10%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지키고 있다. 한 애청자는 “아이들의 꾸밈없는 모습에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는 기분”이라고 밝혔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3B(Beast{동물}·Baby{아기}·Beauty{미인})’ 중 하나인 ‘Baby’가 예능에서도 통하면서 콧대 높은 스타 대신 친숙한 아이들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느껴지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일반인인 아이들이 화제가 되면서 부작용도 적지 않다. 특히 ‘아빠 어디가’ 출연 아이들의 인기는 다소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윤후의 초등학교 입학식 사진이 주요 포털사이트를 떠들썩하게 만든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방송이 아닌 사생활이 침해당하면서 자칫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윤후 측은 “CF 출연료가 1억원으로 알려지는 등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떠돌고 있어 엄마를 비롯한 주위의 걱정이 크다. 많은 관심을 보내주는 것은 감사하지만 지나친 관심은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방예담은 연예인 지망생이지만 데뷔도 하기 전부터 수많은 안티팬을 거느리게 됐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주목받은 대가로 보기에는 가혹한 현실이다.
아이들이 브라운관을 점령한 현상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칼럼을 통해 “아이들마저 어른의 세계에 일찍부터 들어와 소비되고 있는 현 사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하며 “(프로그램 차원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