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증권사 ‘대형화·차별화’ 모델… 선택 아닌 필수

입력 2013-04-0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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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자 필요 따른 특화된 서비스 제공해야, 자본력 키울 유인책 부재… 정부 지원 필요

최근 애플투자증권이 자진청산한 것은 국내 중소형 증권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증권사는 총 8사다. 증권업계가 환골탈퇴를 하지 않으면 또 다른 애플투자증권이 나올 수 있다.

환골탈퇴 첫 걸음은‘맞춤형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다. 규모에 맞게 전문화와 특성화를 통해 이전투구 아닌 상생의 모델로 나가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 중소형사, 특화전략을 살길 찾아야 = 국내 증권사는 규모에 상관없이 수탁매매 중심의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천수답 구조’를 갖고 있다보니 주식거래 대금이 줄어들면 경영에 치명적이다.

이 때 상대적으로 더 타격을 받은 곳은 중소형사다. 규모의 경제가 없기 때문에 수익악화가 더 빠르게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특화전략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중소형사가 살아남는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증권업에 대한 각종 규제강화와 더불어 주식거래량의 가파른 감소는 수탁매매 의존도가 높고 대형사와의 차별화가 미미한 국내 중소형사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공급자 입장에서의 제한된 업무 활동이 아닌 수요자 니즈에 기반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또 중소형사는 온라인과 자산관리를 중심으로 한 개인영업 전문사와 법인영업을 중심으로 한 증권사 등 세분화해 사업구조를 특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 중소형 증권사인 시버트 파이낸셜(Siebert Financial)이 여성 고객 전용 수탁매매 서비스(Women’s Financial Network)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게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미국 중소형사 증권사는 산업과 고객을 특화시켜 차별화된 서비스를 추구하고 있고 일본 대형증권사는 자산관리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며 “국내 증권사들도 몸집에 맞게 비즈니스를 특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글로벌IB로 가는길 ‘대형화’ =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나가기 위해선 자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갈 길이 멀다.

국내 5대 대형증권사의 평균 자기자본 규모는 3조5000억원 수준으로 이를 다 합쳐도 골드만삭스(81조), 노무라증권(35조)에 턱없이 부족하다.

동양그룹이 동양증권과 함께 동양매직 매각을 추진할 때 외국계 IB 4곳에게만 입찰제안요청서를 제공하고 최종적으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한 것은 그만큼 국내 증권사의 IB경쟁력이 낙후돼 있다느 방증이다.

한국형 골드만삭스가 탄생되기 위해서 대형화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유사한 사업모델 및 지배구조 등이 대형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규모 증자를 하려면 대주주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데 이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또 증권사마다 유사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보니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의문을 갖게 한다. 특히 중형 이상 증권사는 대부분 은행이나 그룹과 계열관계에 있어 상대적으로 합병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대주주의 강한 지배구조, 금융당국의 정책적 한계, 합병 시너지 부재 등이 대형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대형화가 필수이지만 현재로선 증권사들이 증자 등을 통해 자본력을 키울 유인책 등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대형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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