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조만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최근까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한은 금통위가 지난 5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한데다 김중수 총재도 두 차례나 저금리 기조의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회복을 명목으로 정부와 여당이 연이어 기준금리 인하를 촉구하면서 인하론이 크게 힘을 얻고 있다.
금리 인하의 포문은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먼저 열었다. 지난 달 25일 현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정의 건전성도 중요하지만 또 하나의 기능인 경기안정기능도 고려해야 한다”며 “정책패키지에는 당연히 금융부문이 포함된다”고 말해 금리인하 필요성을 내비쳤다.
이어 같은달 28일 정부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의 3.0%에서 2.3%로 0.7% 하향조정했다. 한은 전망치인 2.8%보다 크게 낮은 정부 전망치는 결국 한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으로 해석된다. 새 정부 경제팀이 경기부양을 위한 ‘12조원+α’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방침을 밝힌 것 또한 금리 인하 압박을 주는 부분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총액한도대출 인상 등 경제활성화 대책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도 “1∼2차례에 걸쳐 0.5%포인트 정도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금통위 정부대표인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도 오는 11일 금통위에 참석해 금통위원을 설득할 수 있는 열석발언권이 행사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중수 한은 총재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유일호 새누리당 원내부대표,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이 2일 밤 회동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와 한은이 기준금리 문제를 사전조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재측은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거나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만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음날인 3일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은이 금리를 추가로 내려주면 더 좋다”고 발언한 것은 전날 회동을 통한 이견 조율 결과를 내비친 것이 아니겠냐는 추측이 우세하다.
이런 같은 상황이 반영되면서 금융권 전문가들은 대부분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이와 관련 심각한 내수침체를 근거로 연내 1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시장이 이미 한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고 이는 4월 이후 상반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연내 3차례(75bp) 인하로 최저 2.0%의 기준금리까지 전망하고 있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