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사태 이후 추락했던 미국의 위상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주요 2국(G2)으로 부상하면서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축소되는 듯 했지만 최근 글로벌 경제회복을 주도하며 다시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다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것은 혁신을 비롯해 교육 및 이민법 개혁 등 성장을 위한 기본 바탕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정부의 재정지출 축소로 인한‘재정절벽’위기와 연방정부 예산 자동 감축 조치인 ‘시퀘스터’등에 대한 우려 등 정치권이 경제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의 공공부채는 17조 달러(1경8887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도 100%가 넘는다. 정치권은 경제 성장세를 해치지 않으면서 부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과 주택시장이 서서히 살아나면서 미국 경제의 회복을 이끌고 있다.
미국은 지난 2월에 실업률이 7.7%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자리도 23만6000개나 늘었다.
미국 20대 대도시의 주택가격을 종합한 S&P케이스·쉴러지수는 지난 1월에 전년 대비 8.1% 상승해 지난 2006년 6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재정절벽’위기와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 피해에도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0.4%로 마이너스(-)를 피했다.
뉴욕증시 S&P500지수가 지난달 28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시장에서도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월 말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3.5%, 2분기는 2.0%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성장률은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돼 올해 글로벌 경제회복의 견인차가 될 전망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기사에서 미국의 혁신이 죽었다는 주장은 잘못된 소문에 불과하다면서 혁신은 여전히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예는 셰일유와 셰일가스로 대표되는 에너지 혁명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이 오는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되고, 2030년에는 에너지 독립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각 지방정부와 기업들이 연방정부가 경제를 개선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개혁과 혁신을 강력히 추진하는 것이 미국 경제회복의 원동력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주지사와 시장들은 기업투자 유치를 위해 세금감면과 도로 건설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시의회는 지난달 말 삼성전자의 투자 확대를 지원하고자 700만 달러 규모의 각종 혜택을 지원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기업들도 혁신을 선보이면서 경제회복을 이끌었다.
애플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모바일 기기라는 새 시장을 창출했다. 엑슨모빌 등 미국 에너지기업이 보유한 첨단기술이 없었다면 셰일 혁명도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미국 경제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20일 미국 방송 비즈니스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의 회복은 정부가 잘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 정치가 아니라 이 시스템을 믿고 투자하라”고 강조했다.
버핏은 “고용과 주택시장의 회복은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가능성이 크다”면서 “혁신은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고 있으며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