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총재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수차례 재정정책과의 조화를 언급할 만큼 정부 정책에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현오석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한은과 정부의 공조 무드는 물건너간 양상이다.
실제로 김 총재는 지난달 22일 금융협의회를 통해 저금리 기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자금 수요가 생산성과 연결이 안 된다”김 총재의 말은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은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에 현 부총리는 지난달 25일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암시하는 발언을 내놓아 김 총재와 뚜렷한 견해 차이를 보였다. 이에 26일 김 총재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경제 취약성을 언급하며 또 다시 대치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날 김 총재는 “지난번에도 이 말을 했다”며 일회성 발언이 아님을 분명히 밝혔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경제수장과 한은 총재의 견해 대립이 3번이나 오간 것이다.
현오석 부총리의 답변은 28일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서 나왔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대폭 낮춰 한은의 금리 인하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특히 정부가 총액대출한도 증가를 발표한 이날 공교롭게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총액대출한도 유지를 발표해 재정부와 한은 간 충돌 양상마저 보였다.
하지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불과분의 관계다. 김 총재가 누차 강조한 것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정책 공조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지금 언론에 비쳐지는 양 수장의 대치 국면은 국민들이 보기에도 불안하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정책당국 간 소모적 '기싸움'은 결국 시장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김 총재는 시장에 영향을 미칠 발언을 항상 조심하며 정부 정책과의 공조를 강조한 인물이다. 지금 시장은 견해 차이를 소통으로 좁히고 서민들에게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두 수장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