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영화는 지난 2월 1809만명을 돌파해 월별 한국영화 최다관객 대기록을 수립했을 뿐 아니라 8개월 연속 1000만 관객 동원의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3월에는 836만명 관객을 끄는데 그쳤다. 한 달 만에 전달보다 무려 1000만명 관객을 잃은 수치다.
지난해부터 흥행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한국영화는 제동장치가 없는 자동차처럼 흥행가속을 붙여갔다. 그 결과 월별 한국영화 최다 관객수 경신을 하는 등 갖가지 성과를 이뤄냈지만 3월 관객 수치는 추락 또한 순식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3월 극장 상영중이던 한국영화는 ‘신세계’ ‘7번방의 선물’ ‘파파로티’ ‘연애의 온도’ ‘사이코메트리’ ‘베를린’ 정도였다. ‘7번방의 선물’이 1273만명 관객 동원을 하며 한국영화 흥행 순위 톱3에 올랐지만 1월 개봉작이라는 점에서 3월 흥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베를린’ 역시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제목을 올렸지만 이미 뒷심이 빠진 상태였으며 2월 개봉한 ‘신세계’도 예상 밖으로 흥행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3월에 개봉한 ‘파파로티’ ‘연애의 온도’는 100만명 관객을 겨우 넘겼으며, ‘사이코메트리’는 53만명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쳐 초반 관객 몰이에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에 2~3월에 개봉한 한국 감독 및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작이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였다. 김지운 감독 연출작 ‘라스트스탠드’와 박찬욱 감독 연출작 ‘스토커’가 각각 6만6698명, 37만7521명 관객 동원에 그쳤다. 권상우 주연의 중국 영화도 31만명 관객을 동원해 전 세계 성적에 한참 밑도는 수치를 내는데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한달 동안도 한국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희망적이었다. ‘7번방의 선물’이 흥행 순위를 경신해갔고, 해외 진출 스타들의 홍보 활동이 이어진 탓에 풍요롭게만 보였다. 정작 속빈 강정이라는 사실은 4월이 되고 3월 수치를 본 후에나 알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한국 영화가 연간 1억 명 관객 몰이에 성공한 데는 1000만명 관객을 동원한 두 편의 영화보다 400만명 관객을 동원한 9편의 영화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 한 두 작품의 대박보다 전반적인 질적 상승이 반석을 단단히 함으로써 영화계를 떠받쳤기에 가능한 기록이었다. 2013년 영화 또한 양적 팽창 뿐 아니라 토양의 질적 변화를 체화하는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완성도나 감동과 관심을 끌 스토리 없이 일부 톱스타에만 의존하는 캐릭터 영화에는 한계가 있다. 황정민 최민식 이정재 등 걸출한 톱스타들이 주연을 해 많은 기대를 모았던 ‘신세계’가 400만명 돌파에 그친 것은 아쉬움과 영화적 완성도나 눈길을 끌만한 스토리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시킨다. 톱스타가 단 한명도 없었던‘7번방의 선물’이 1000만명 관객을 동원한데서도 확인되는 대목이다.
4월 황정민 유준상 윤제문이 주연한 영화 ‘전설의 주먹’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신하균 주연의 ‘런닝맨’과 더불어 4월 한국영화계를 다시 1000만 관객 동원의 흥행신화로 이끌지 지켜볼 일이다. 다행히 3월 한국영화 라인업에 비해 재미와 흥행성 뿐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력과 작품의 완성도를 고루 갖춘 작품이다. ‘전설의 주먹’과 ‘런닝맨’이 3월 끊겼던 월별 한국영화 1000만 관객 동원의 기록을 다시 시작할 지 관심을 기울여 봐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