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좋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에 체계적이지 못한 교통신호 때문이다. 이 같은 외부적 위험 요소로 인해 자전거 여행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국내에서 자전거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혜원 경기도 자전거연합회 사무국장은 “좋은 자전거 여행지는 초보자는 물론 여성들도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이라며 “아쉽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자전거를 마음놓고 탈 수 있는 여행지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자전거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만큼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산, 들, 계곡 등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까지 구석구석 여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단체관광·개인적인 배낭여행에도 안성맞춤이다.
연료비는 몸으로 때운다. 몸이 피곤한 만큼 교통비는 절감되기 때문이다. 원하는 코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그때 그때 목적지를 변경해도 좋다. 달리다 힘들면 잠시 쉬어가면 되고, 배가 고프면 준비한 간식을 먹으면 된다.
열차 시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고, 차 좀 빼달라는 짜증스런 전화를 받을 필요도 없으니 이보다 효자는 없다. 외부로부터의 위험요소도 본인 부주의가 문제다. 이윤기 월간 자전거생활 이사는 “안전사고로부터 자유로운 레저는 없다. 지킬 것을 지키면서 여행을 한다면 사고 위험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결국 나만 조심하면 된다. 그렇다면 안심하고 떠나보자. 어디가 좋을까. 경남 창원과 전북 임실은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자전거 여행지다. 공기·물 좋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또 먹을거리와 주변 볼거리도 풍부해 본전은 뽑고 온단다.
주남저수지는 중간 중간 지나는 마을이 인상적이다. 왼쪽으로는 호수, 오른쪽으로는 들판이 펼쳐지는 도로 길에 들어서면 영화 속 주인공이 따로 없다. 단 비포장 구간이 많아 산악자전거가 유리하다. 길이는 16.5㎞로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35분이다.
진해드림로드는 진해를 감싸고 있는 산줄기의 중턱을 가로지르는 임도구간이다. 장복산 조각공원에서 안민고갯길까지는 ‘장복 하늘마루 산길’, 안민고개 휴게소에서 천자봉 아래까지는 ‘천자봉 해오름길’, 천자봉 아래에서 백일 뒷산까지는 ‘백일 아침고요 산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길이는 19㎞로 약 2시간이 소요된다.
경남 창원을 찍었다면 이번에는 전북 임실 자전거여행에 도전해보자. 이곳은 풍부한 먹을거리와 다양한 체험이 가능해 연인 또는 가족 여행지로 인기다. 특히 옥정호와 섬진강 라이딩은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임실치즈마을에서 섬진강과 옥정호를 돌아보려면 30번 국도와 749번 지방도를 이용해야 한다. 임실읍에서 강진·순창 방면으로 가는 30번 국도는 초반 10km는 평지에 가깝지만, 이후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물론 자전거 타기가 생활화된 여행자라면 부담스러운 언덕은 아니다. 주변은 전형적인 농촌으로 차량이 많지 않아 라이딩하기엔 최적지다. 단 도로 폭이 좁아 차량에 주의해야 한다.
대관령 삼양목장도 좋다. 자전거로 여행하면 두 배는 더 로맨틱한 곳이다. 푸른 초원과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떼를 감상할 수 있고, 멀리 보이는 강릉과 주문진 시내, 그 너머로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만약 연인과 함께 방문했다면 다음 장면은 스킨십이다. 목장의 정상인 황병산은 동쪽으로 강릉 경포대와 주문진, 연곡천, 청학동, 소금강 계곡을 볼 수 있고, 서쪽으로는 목장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자전거여행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먼 곳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서울 근교에도 드라마틱한 코스가 많다. 남한산성이 대표적이다. 둘레는 약 12㎞로 체력적인 부담이 적고 도심에서 가까워 주말·휴일 산책코스로 인기다. 시작이 반이다. 낡고 녹슨 자전거라도 좋다. 용기 내어 떠나는 순간 세상이 달라보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