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손연재, CF계서 분석해 보니… "우리는 경제 라이벌"

입력 2013-03-2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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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와 손연재. 최고의 스포츠 스타이자 선의의 인기 라이벌이다. 김연아가 삼성전자의 대표 CF 모델이고, 손연재는 LG전자의 대표 CF 모델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지만 라이벌을 나타내는 지표는 더 있다. 대학 역시 전통의 라이벌 관계로 김연아는 고려대 09학번으로 지난 2월 졸업했고, 손연재는 연세대 13학번으로 올해 3월 입학했다. 김연아의 소속사 올댓스포츠와 손연재의 소속사 IB스포츠 또한 스포츠 에이전시의 대표적 라이벌 관계다. 이 밖에 같은 분야의 광고(에어컨, 유업, 스포츠의류)에서 경쟁 관계의 업체 모델로 발탁됐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경쟁 기업에 미묘한 신경전을 불러일으키는 광고 모델계의 두 스포츠 스타는 어떤 특징과 강점이 있을까.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에서의 독보적 성적을 바탕으로 CF계에서도 여왕의 자리를 차지했다. 현재 김연아가 출연 중인 CF는 삼성전자 하우젠(에어컨), E1(LPG 충전소), 동서식품(커피믹스), 매일유업(우유), 샤프란(섬유유연제), 프로스펙스(스포츠의류) 등 총 6개. 후원사인 KB금융까지 합치면 총 7개가 된다.

CF모델로서의 인기는 출연 편수뿐 아니라 한국CM전략연구소의 모델 호감도 조사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2월 기준 모델 호감도 순위가 4위지만 여성 모델로서는 단연 1위다. 지난 17일 있었던 세계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 대회 이전 은퇴설이 난무하는 과정에서 잠시 주춤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3월 ISU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1위 효과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조사를 담당한 손민경 대리는 “김연아 선수의 대회 성적이 호감도 평가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3월 조사에서 상승할 만한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다.

김연아의 이 같은 높은 인기의 시작은 지난 2009년 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세계선수권대회, 그랑프리 파이널 3경기에서 1위를 하면서부터다. 이때가 CF스타로서 김연아가 정점을 찍은 해다. 한국광고단체인연합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광고대상 모델상까지 수상했다. 당시 김연아는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간 호감도 1위를 차지했다. 호감률(점유율)이 무려 16% 가량이나 됐다. 이는 응답자 중 김연아에게 호감을 표한 비율이 100명 중 16명이나 된다는 의미다.

높은 호감도를 바탕으로 김연아는 그동안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소속사 올댓스포츠는 “김연아의 이미지는 피겨스케이팅에서의 탁월한 실력을 바탕으로 한 최고의 발랄함, 귀여움, 우아함”이라고 판단했다. 또 김연아에 대해 글로벌 이미지 컨설턴트협회 정연아 이사장은 “김연아는 우아하고 깊은 매력을 지녔다. 또 성숙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고상한 매력까지 겸비했다”며 “사람을 사계절로 표현하면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멀티형이라 어떤 CF를 해도 다 어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광고계에서는 김연아가 여성스럽고 우아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세계 최강의 기량까지 갖췄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E1 관계자는 “김연아의 1등 이미지가 E1이 가진 국내 최정상급 LPG 충전소의 이미지와 잘 맞는다”고 모델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박범준 홍익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불모지의 영역을 개척했다는 의미뿐 아니라 스포츠·예술 간 융합적 성격을 지닌 피겨스케이팅이 김연아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며 “거기에 세계 1등이라는 성적 또한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김연아의 인기를 분석했다.

손연재는 최근 급부상한 광고 모델이지만 호감도 순위의 가파른 상승세만큼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CM전략연구소의 모델 호감도 조사에서 손연재는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순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4월부터 40위로 순위권에 진입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점진적으로 증가와 하락을 반복하면서 런던올림픽이 있었던 8월에는 6위로 비약적인 상승을 했다. 이는 전달 44위에서 무려 38계단 오른 결과다. 업계 관계자들이 놀라는 대목이다. 손연재는 9월에도 6위를 기록했고 10월에는 4위에 올랐다. 같은 달 김연아가 5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결과다. 10월 정점을 찍은 후 올 2월까지 호감도 순위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 13위다. 조사를 담당한 손민경 대리는 “10위라는 것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CF모델의 상징”이라면서도 “손연재 선수가 하락추세라고 단정 짓기 어려우며 언제든지 다시 순위를 회복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올림픽 국가대표 리듬체조 선수인 손연재는 국내대회를 제외하고는 아직 알려진 국제대회의 우승 경험은 없지만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 5위를 기록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또 CF 최고의 자리 또한 차지한 적은 없지만 무한한 잠재성을 지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현재 그녀가 출연 중인 CF는 LG전사 휘센(에어컨), LG전자 옵티머스G(스마트폰), 파스퇴르유업(발효유), 썬키스트(음료), KCC(건설), 필라(스포츠의류) 등 6개다. 이들 광고주는 그녀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브라질올림픽까지 내다보는 포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모델 채용 이유에 대해 “깨끗하고 맑은 에어컨 바람의 이미지가 손연재 선수가 가진 학생으로서의 순수한 이미지와 잘 맞았다. 손연재의 젊고 활기찬 모습과 꿈을 향한 열정, 성실함이 손연재 스페셜이라는 인기 제품을 만들었다”며 광고효과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IB스포츠 관계자는 “작년까지 고등학생이었던 손연재의 순수함과 발랄함, 귀여움을 살릴 수 있는 콘티(계획안)와 체조요정이라는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정연아 글로벌 이미지컨설턴트협회 이사장은 “손연재의 국민 여동생 이미지는 나이가 어리고 귀엽고 깜찍한 면에서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계절로 표현하면 싱그러운 봄”이라고 진단했다.

박범준 홍익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손연재가 김연아와 3가지 분야의 광고에서 겹치는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니다”라며 “경쟁 관계의 기업이 비슷한 성향의 모델을 발탁하는 것은 어느 정도 신경전 가능성은 있다”고 해석했다. 업계가 그만큼 손연재 선수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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