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감사보고서 제출 마감을 앞두고 상장폐지(상폐) 위기에 놓인 기업들이 늘고 있다.
상폐는 주로 자본잠식이나 회계법인으로부터 비적정 감사의견(부적정, 의견거절, 감사범위제한 한정)을 받아 이뤄진다. 재무요건 등 형식적인 상폐요건에 해당하지 않아도 거래소가 대주주 횡령 등 사전에 부실 징후가 나타나 실질심사를 거치는 경우도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까지 상폐 결정이 내려진 곳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을 합쳐 20여개에 달한다.
우선 롯데관광개발, 자유투어 등은 감사범위제한과 계속기업 존속불확실성을 이유로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을 거절당했다. 감사범위제한에 의한 의견거절은 감사인이 회사의 자산, 부채에 대해 신뢰할만한 자료를 얻지 못해 의견을 내지 않는 것이다. 만약 감사의견을 거절당한 경우 해당 기업은 매매거래가 정지되며 7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받고 이의가 없으면 상폐절차가 진행된다.
한일이화는 유양석 대표이사가 배임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한국거래소가 상폐 실질심사 대상인지 파악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유 대표는 우량 자회사를 자신과 특수관계의 소유인 개인 기업에 헐값에 팔아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의신청을 통한 구제절차가 남아 있어 최종적인 상폐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실질심사에 들어가 상폐가 결정됐더라도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살아나는 경우가 절반에 달한다.
상폐 실질심사 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들의 경우 처한 상황이 제각각이다. 상폐 사유가 발생한 직후 주식매매가 정지되는 것은 같지만 대상 지정→실질심사위원회→이의신청→상장위원회로 이어지는 절차상 어디에 놓였는지는 기업마다 다르다.
디웍스글로벌, 엔터기술 등은 상폐 결정 후 이의신청 서류를 낸 뒤 현재 상장위원회 심의단계에 와 있다. 여기에서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개선기간(최장 6개월)을 부여받고 이행 여부에 따라 거래가 재개된다.
아직 갈 길이 먼 기업들도 있다. 파나진은 영천공장의 생산중단에 따른 ‘주된영업정지’로 실질심사 대상에 지정돼 향후 실질심사위원회 판정을 기다리게 됐다. 이미 실질심사에서 상폐가 결정된 한국종합캐피탈, 아큐텍은 7거래일 내에 이의신청을 해야 하는 단계다.
한 증권사의 스몰캡 연구원은 “시장의 경기가 나빠지면서 코스닥 상장기업들이 상장기준을 충족시키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상장폐지되는 기업들이 증가할 우려가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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