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지역 계열사 및 자회사 임원 내정자를 발표하자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들이 반발했다.
임원 내정자 발표가 유례없는 데다 이사회와 제대로 된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23일 MBC와 방문진에 따르면 MBC는 전날 밤 사내 인트라넷에 8개 지역사 사장을 포함한 계열사 및 자회사 임원 내정자 20여 명 명단을 공지했다. 이 가운데는 현재 MBC 본사의 임원 겸 등기이사 3명도 포함됐다.
명단이 알려지자 방문진 이사들은 공식적인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방문진의 관리감독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방문진의 MBC관리지침은 임원선임을 사전협의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전까지 임원선임은 방문진이 이사회 안건으로 논의하는 방식으로 사전협의를 거쳤다.
그러나 MBC 김재철 사장은 22일 오후 김문환 신임 방문진 이사장을 따로 만나 내정자 명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문환 이사장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라며 말을 아꼈다.
방문진 대다수 이사는 두 사람의 만남을 사전 협의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내정자 발표 전 공식 협의를 거쳐야 했다는 게 대다수 이사들의 입장이다.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는 "절차상으로 분명히 잘못됐다"며 "방문진의 관리감독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사장 불신임까지 갈 수 있는 귀책사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장 역시 이사회의 위임을 받지 않고, 합의를 해줬다면 권한 남용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문제를 제기하자 김 이사장도 개인적으로 만났을 뿐 정식 협의가 아니었다고 인정하고 사태를 수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반면 MBC 측은 절차상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MBC 관계자는 "이번 인사안은 이사회를 대표하는 이사장과 협의를 거친 사항"이라며 "이사회가 최근 파행을 거듭하면서 인사안을 이사회에 내놓고 협의 절차에 따를 경우 논란과 파장이 예상돼 잡음을 최소화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방문진 이사들은 이날 오후 김문환 이사장과 만나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