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쇄신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쇄신안이 현실화되기에는 관련 법 개정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쇼’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 쇄신에 먼저 불을 붙인 쪽은 새누리당이다. 전날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병수 사무총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심위 전체회의 직후 “대국민 약속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기초단체장에 대해서는 공천을 하지 않기고 했다”고 밝혔다.
4월24일 재보선을 치르는 경기도 가평군수와 경남 함양군수 등 기초단체장 2곳과 서울 서대문마, 경기 고양시마, 경남 양산시다 등 3곳의 기초의원의 공천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자발적으로 기초단체장 등에 대해 공천을 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 사무총장은 “정치쇄신 공약 중 핵심이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하지 말자는 것으로 우리부터 모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에 대한 무공천 공약을 경쟁적으로 밝혔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1월, 정치쇄신안을 발표하면서 당의 권력인 공천권을 내려놓는 강도 높은 정당개혁안을 제시했다. 그간 지역 행정을 처리하는 정도로 정치적 색이 약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중앙당의 공천으로 각종 부패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훼손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선 때의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에 대한 무공천 공약에도 양당은 그 시행시기를 놓고 눈치싸움을 하고 있었다. 상대 정당이 공천권을 행사하는데 홀로 무공천한다면 선거에서 패배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이런 결단에도 무공천 공약의 현실화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공천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선거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에는 법 취지에 따라 기초의원까지 공천하는 게 정당한 의무이자 역할”이라며 “해당 지역에 광역단위 공심위를 구성하고 공천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공심위의 결정이 당 최고위원회의에 상정되더라도 의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 합의로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기도 하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등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지난해 9월 공동 발의했지만 지금까지 국회 상임위원회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있다.
한편, 전날 민주당에서는 주축 세력 중 하나인 486세대 정치인 그룹인 ‘진보행동’이 해체를 선언하면서 당의 계파주의 청산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회의원 세비를 30% 삭감하는 ‘국회의원 수당법 개정안’과 의원연금을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의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이 국회운영위원회에 상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