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올 시즌 두 번째 경기는 전미정(31ㆍ진로재팬)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우승을 차지한 전미정보다 눈길을 끄는 선수가 있다. 김영(33)이다.
17일 오후 대회가 열린 일본 고치현의 도사컨트리클럽(파72ㆍ6232야드)에는 수많은 갤러리가 운집, 선수들의 수준 높은 플레이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특히 김영은 누구보다 돋보였다. 벙거지모자 때문이다. 우유빛깔 피부가 트레이드마크인 김영은 평상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모자를 깊게 눌러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다른 선수들과 불필요하게 눈을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쓰기 시작한 벙거지모자는 이제 그녀의 ‘전매특허’가 됐다. 그러나 벙거지모자가 그의 강인하지 못한 멘탈을 대변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는 거리보다 정확한 플레이로 게임을 리드한다. 172㎝의 큰 신장 때문에 어닐 적부터 농구를 했던 그는 뒤늦게 골프로 전향해 빠르게 성장했다. 한때 미국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 한 차례 우승 경험이 있지만 상승세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JLPGA투어 진출 이후에도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담력 부족이 원인으로 손꼽힌다. 출중한 기량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는 누구보다 올 시즌 1승이 간절하다. 그러나 김영이 일본 무대에서 미모가 아닌 실력으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독한’ 결단이 필요한 때다. 높은 잠재력과 독한 눈빛을 굳이 벙거지모자 속에 감춰둘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