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한만수 후보자(이화여대 법과대학 교수)는 대형법무법인에서 오래 일한 뒤 대학강단에 선 인물이다. 조세법 전문가로 국세청장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지만 공정위 수장으로서는 의외의 인선이라는 반응이 많다. 주로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형 법무법인 출신 이력이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핵심조직의 수장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 조세법 전문가 의외인사...공정거래 전문성 있을까
한 후보자는 여태껏 공정위와의 인연이 되는 활동도 전무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물음표 밖에 없었다. 직원들끼리 서로 ‘아는 사람이냐?’고 물었다”며 청와대의 인선 발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지윈원회 정부개혁추진단 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지만 조세법 전문가인 한 후보자가 공정거래 분야의 전문성을 갖췄는지는 의문의 눈길이 많다.
공정위는 후보자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전문성을 중시하겠다던 청와대가 비전문가를 공정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에 내부적으로 당황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경쟁법 전문가는 아니지만, 기업 지배구조 등 대기업 정책과 관련해서는 이해가 있는 분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전문성 논란에 대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공정위 대리 소송 경험이 있고 공정거래법 관련 논문도 2편 발표해 이런 경험이 업무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변호사 시절 공정거래는 물론 기업 구조조정, 금융, 조세, 무역 등 다양한 경제 분야를 다뤘다. 이런 경험이 대기업 문제를 많이 다룰 공정위에서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대기업 변호인 이력, 청문회 진통 예상
전문성과 함께 그의 대형 법무법인 경력이 적잖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는 사법고시 22회에 합격한 뒤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과 율촌에서 23년간 변호사로 활동했다. 활동 당시 삼성그룹의 변칙증여와 계열사 부당지원 관련 소송에서 삼성 측 변호인을 여러 차례 맡기도 했고 공정위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기업 측 변호인을 맡은 경력도 있다.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향후 청문회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은 “대형로펌이 자문이나 소송만이 아니라 전직 관료를 영입해 이들을 통해 사실상의 로비활동을 해왔음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한 교수가 20년 이상 재직한 대형로펌의 인적 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 후보자는 한양대와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변호사 겸직을 금지한 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5년 3월부터 2006년 8월까지 한양대 법학과 부교수로 재직하면서 모두 3건의 소송을 맡았고, 2007년 9월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로 이직한 뒤에도 또 다른 사건을 수임해 변호사 활동 등 영리목적 겸직을 금지한 학칙을 위반했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