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포스트 애플시대 맹주는?" - 홍진석 온라인에디터 부국장 겸 온라인뉴스부장

입력 2013-03-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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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애플이 아니다. 카리스마 가득했던 스티브 잡스 타계 이후 사령탑에 오른 팀 쿡은 혁신은 물론 별다른 실적조차 내지 못했다.

구글과 삼성이 주도한 안드로이드군단의 맹공에 제대로 맞서지 못했다.

"혁신과 순수함 그리고 타협하지 않는 반문화에 감동, 1999년부터 애플의 모든 제품을 사왔다. 그러나 이제 달라졌다. 애플의 탁월함을 보여줬던 광고는 사라지고 경쟁사를 조롱하는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아이클라우드, 페이스타임, 사파리,아이메시지 등은 경쟁사 서비스에 비해 조잡하기 짝이 없다." 파워블로거이자 경제전문기자인 영국의 한 언론인이 남긴 굿바이 애플 선언문이다.

애플의 과도한 전방위 특허전쟁도 이미지에 상처를 입혔다. 가뜩이나 혁신의 몰락에 실망한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은 특허괴물로 변해갔다. 특허소송전문회사까지 설립, 4100여개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확보한 뒤 경쟁사 특히 삼성에 대한 글로벌 소송전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노키아 에릭슨 등 몰락의 길로 접어든 기업들이 특허장벽으로 경쟁사들의 공세에 맞선 바 있다. 애플이 혁신의 공백을 특허공세로 채우려는 게 아닌가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애플의 자충수는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졌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최대기업이란 자리를 엑슨 모빌에게 내준 지 오래다. 지난해 7월 아이폰5 출시 직후 705.75 달러까지 치솟아 시가총액도 6500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길뿐이었다. 최근 시총마저 3900억 달러선까지 밀려나며 주가도 400 달러 근처까지 폭락했다. 최고가에서 무려 40% 가량 빠진 상태다. 해외펀드를 운용중인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편입비중이 가장 컸던 애플주식을 대거 내다 팔았다. 애플 미국 본사의 디자인을 받아 애플제품을 조립해주고 부품을 조달해왔던 중국 폭스콘 역시 된서리를 맞았다. 2009년 이후 8만명에서 120만명까지 근로자수를 늘려왔지만 최근 추가채용 중단을 선언했다. 애플 제품에 대한 인기가 사들어든 탓이다.

애플 이후를 이끌어갈 기업은 어디인가. 전문가들은 구글과 삼성 연합군에 주목하고 있다. 구글은 요즘 주가 사상최고치 행진에 흥겹다. 올해 들어 15%나 오르면서 시가총액도 3000억 달러를 넘볼 태세다. 삼성전자의 주가도 애플이 하락세로 돌아설 즈음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120만원대에서 치고 올라가 160만원대를 노리고 있다. 구글 주도의 안드로이드 생태계는 애플 아이폰 시리즈에 맞서 갤럭시라인업으로 맹추격한 삼성의 역할이 컸다. 다만 구글 삼성 간 밀월관계가 얼마나 이어질 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삼성이 최근 독자적인 스마트폰의 바다 운영체제(OS)를 버리고 타이젠으로 전환한다고 밝힌 것은 OS의 독립성을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스마트 생태계에서 기기의 위상은 도구일뿐이다. OS를 장악한 구글이 절대적인 주도권을 쥐게 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삼성 내부에 고조되고 있다. 스마트 생태계에서 소비자 행태, 위치정보 등의 고객정보수집은 OS를 지닌 기업만이 누리는 특권이자 기업가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아마존 역시 차세대 강자를 노리고 있다. 올해 3월 7일 기준 아마존의 주가 상승률은 1만4400%로 상장 이후 애플의 1만4700%을 맹추격하고 있다. 스마트 생태계 장악보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전자상거래, 클라우딩 컴퓨팅, CEO경쟁력 등에서 투자자에게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아마존은 서버운영노하우를 바탕으로 서버운영대행사업도 펼치고 있다.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 인터넷기업은 물론 미 항공우주국 (NASA)도 화성탐사 프로젝트 웹을 아마존에 맡기고 있다. 인터넷비즈니스는 물론 인터넷비즈니스를 위한 인프라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불황기에 과감한 투자로 영업이익률은 낮지만 매출은 매분기 30% 안팎으로 급증하고 있는 역동적인 기업이기도 하다.

30년간 PC전성시대를 이끈 쌍두마차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윈텔동맹)은 이미 와해된 상태다. PC매출이 되레 감소세를 보이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힘든 상황이다. MS는 윈도8로 돌파구를 노리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인텔은 애플에 구애공세를 벌이고 있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불과 3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세계 IT산업계의 지각변동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이 서서히 평범한 기업으로 격하되면서 향후 몇년간 구글 삼성 아마존 3총사 간 치열한 주도권 쟁탈전이 벌어질 게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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