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출이 있는 저소득 자영업자 43만 가구가 사실상 부채를 상환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저소득층 금융대출가구의 채무상환능력이 매우 취약하고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저소득층 가계부채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0일 ‘저소득층 가계부채의 특징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대출이 있는 저소득층 자영업자 42만8000가구의 월 가처분소득은 평균 57만7000원으로 매달 원리금 145만1000원을 갚기에는 부족하다고 발표했다.
연간 단위로 살펴보면 이는 더욱 심각하다. 저소득층 자영업가구의 금융대출 잔액은 1억 6934만원으로 연간 가처분소득 693만원보다 24배 이상 많다. 저소득층 상용직가구의 3.3배, 임시일용직가구의 2.7배, 무직가구의 6.0배보다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자영업가구의 자산은 평균 4억2974만원이었으나 대부분 부동산과 사업자산인 반면 저축액은 3965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실물자산 처분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 채무불이행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듯 저소득 자영업자의 가계부채가 유독 심각한 이유는 고액의 사업대출을 받은 자영업자가 사업 악화로 소득이 급감하면서 저소득층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금융대출이 많은 자영업자가 사업 악화로 소득이 감소하는 가운데, 금융기관이 원금 회수에 나서면서 채무상환비율이 급등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특히 저소득층 금융대출가구 중에서 연체가구 비중이 높은 수준이며 아직 연체 경험이 없는 가구의 채무상환능력도 매우 취약해 연체가구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연체 경험이 없는 저소득가구의 경우에도 월 원리금이 71만8000원에 달하고 월가처분소득은 72만3000원에 불과해 연체가구로 추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저소득층 금융대출가구의 가계수지가 열악해 생계형 대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대출이 있는 저소득층 156.4만 가구 중에서 가처분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123.4만 가구(78.9%)에 달한다.
이에 보고서는 저소득층 가계부채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채무불이행 저소득층에 대한 채무 감면 대책은 필히 소득 향상 대책과 병행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형평성 문제나 도덕적 해이가 대두되지 않도록 채무 감면 대책을 섬세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연체가구의 경우 연체가구만큼 어려운 환경에서도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어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가계부채 때문에 저소득층이 중소득층으로 상승하는 통로가 좁아지고 있는 만큼 중산층 복원을 위해 가계부채 부담 완화 대책이 시급하다”며 “또한 저소득층의 생활비 부담을 경감해 ‘생계형 대출’이 증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