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하철 손등녀와 외모차별 - 김우람 문화부 기자

입력 2013-03-0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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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하철 출근길에 있었던 일이다. 앞에 어떤 여자가 서게 됐다. 어느 순간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왼쪽 손등으로 얼굴의 절반 정도를 가린 채 서 있었다. 머리가 듬성듬성 나 있다는 것도 그제야 알았다. 얼굴을 가린 이유가 궁금해 손가락 사이의 얼굴을 훔쳐봤다. 얼굴 외형이 울퉁불퉁해 흉측한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흉측하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그녀를 차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내 부끄러워졌다.

사실 부끄러웠던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지난 1월 KBS1TV ‘강연 100℃’라는 프로그램에서 안면장애를 안고 태어난 김희아씨의 강연을 본 뒤 외모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방송 당시 스마트폰을 끄적이며 산만하게 본 것이 미안해 KBS 다시보기를 찾아 나섰다.

그날 강연은 그녀의 한이 서린 한 마디로 시작됐다. “예뻐서 쳐다보는 눈빛이랑 모습이 이상해서 보는 눈빛이 달라요.” 마음을 흔드는 한 마디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항상 마스크를 쓴다는 그녀는 “세상에 나를 공개하는 일에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밥맛이야.”, “내가 너라면 당장 죽었다”는 나쁜 말도 그녀를 굴복시키진 못했다.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뒤에서 수군대고 혀를 차는 사람들에게 외계인 취급을 하지 말아 달라는 당당함이 보여 가슴이 뭉클해졌다. 강연을 듣는 방청객 중 많은 여성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보였다. 이내 울음바다가 됐다.

고개를 숙인 또 다른 김희아씨가 있다면 고개를 들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나도, 당신도 서로 얼굴을 봐야 익숙해질 수 있다고. 처음엔 불편하겠지만, 그 과정을 거쳐야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당부하고 싶다. 사람의 인식을 디자인하는 방송 등 미디어는 김희아씨같은 안면장애인이 더 이상 차별의 시선을 받지 않고 당당히 설수 있게, 그리고 일반인들이 외모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시선을 거둘수 있게 노력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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