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갑부들의 리그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열린 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진 억만장자 의원이 83명에 달했다고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하원 의원 중에는 억만장자가 아무도 없고 상원에서도 불과 1명에 그쳤다고 FT는 전했다.
중국의 실질 인구가 미국의 다섯 배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해도 중국 억만장자 의원의 비중은 미국보다 16배 정도 많은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의 별도 집계에서 올해 전인대 대표 중 90명이 후룬리포트가 집계한 ‘중국 1000대 부자’리스트에 올라 있다.
후룬의 리스트에 오르기 위해서는 재산이 적어도 3억 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였으며 많은 재산으로 논란을 일으킨 밋 롬니의 재산도 2억5410만 달러로 중국 갑부 위원들에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중국 전인대와 정협 위원 중 최고 갑부는 쭝칭허우 와하하그룹 회장이다. 전인대 대표인 그의 재산은 130억 달러에 이른다고 FT는 전했다.
이에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의 부정부패 척결 등 개혁작업에 갑부 전인대 대표와 정협 위원들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이징대의 양펑춘 행정학 교수는 “부자들이 전인대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굳히려고 한다면 시진핑의 개혁 작업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록 전인대가 거수기 의회로 알려져 있으나 여전히 헌법상 국가 최고 권력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정협은 최고의 정책자문기구다.
전인대와 정협 연례 전체회의인 양회가 열리는 3월에는 중국에서 가장 파워 있는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황징 싱가포르국립대 정치학 교수는 “우리는 부자들이 어떻게 중국의 대표가 됐는지 그들이 자신의 부를 어떻게 정치적 특권으로 교환했는지 모르고 있다”면서 “이들은 정식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지난해 중국에서 0.474를 기록했다. 이는 소득분배가 불평등해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0.4를 웃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