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오는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의사를 밝히자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안 전 교수가 이번 선거에 무소속으로 국회입성한 후 10월 재보선 전에 창당해 민주통합당과 제1야당 쟁탈전을 벌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 ‘바람일기 좋은 타이밍’에 전격 출마발표 = 안 전 교수는 오는 10일께 미국에서 돌아와 노원병 보선에 출마하겠다고 측근인 무소속 송호창 의원을 통해 3일 밝혔다. 막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불통 논란으로, 여야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비판 받던 때에 ‘새 정치’를 기치로 다시 여론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안 전 교수는 귀국 후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들어가며 지난 대선 이후 유지해온 조직들을 재정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부산 영도, 충남 부여·청양 등 다른 재보선 지역에 내보낼 측근들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다른 측근인 조광희 변호사는 4일 “역할을 다시 나누고 조직을 다듬을 것”이라며 “다른 지역에 후보를 내는 것도 이론적인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전했다.
◇ “안철수신당, 민주당과 제1야당 쟁탈전 벌일 수도” = 안 전 교수의 국회입성은 정계개편 바람을 몰고 올 것이란 관측이 높다. 4.24 재보선 직후 치러지는 민주당의 5.4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민주당 분당사태를 촉발해 민주당 탈당 의원들과 함께 안철수신당을 만들 것이란 시나리오다.
안철수신당의 파괴력은 상당할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와 한겨레의 지난 2일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신당이 등장할 경우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40.1%, 안철수신당 29.4%, 민주당 11.6%로 나타나 민주당을 압도했다.
안 전 교수가 높은 지지율을 업고 10월 재보선 이후 원내교섭단체 구성까지 성공한다면 민주당과 제1야당 경쟁 벌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민주당이 4월 재보선에서 전패하고 책임론이 제기되면 5.4 전대와 맞물려 10명 넘는 의원도 탈당할 수 있다”며 “안 전 교수가 당선 후 바람의 여세를 몰아 창당 발표하면 탈당 의원들이 들어올 공간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캠프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5.4 전대 후 민주당 탈당 의원들이 꽤 나올 것이고 이들이 합류한 신당으로 10월 재보선을 치르면 원내교섭단체까지 충분하다”며 “10월 재보선 전후로 야당 M&A가 마무리되지 않아도 지방선거 후 신당이 제1야당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野 일각선 “새정치한다며 도의 없이” 비판도 = 현재 여야를 통틀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안 전 교수가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 표현대로 ‘정치적 실세’로 등극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의 국회입성과정이 깔끔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노원병 지역구를 잃은 진보정의당에선 유감을 표하며 자체후보를 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 야권후보 간 경쟁구도로 새누리당에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여기에 안 전 교수가 지난 대선에서의 야권패배에 대한 사과나 입장표명 없이 정치활동을 재개한다는 점, 새누리당 아성인 부산 영도 아닌 야성 강한 노원병을 택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노원병 지역구 의원이던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는 “저랑 간단히 통화한 후 양해 구한 것처럼 각본 짜 맞추듯 한 건 구태정치”라면서 “가난한 가장이 밖에 나가서 돈 벌어야지 자기 식구 밥을 왜 나눠 먹느냐”고 따졌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안 전 교수에겐 먼저 대선 결과에 사과하고 발전된 비전을 보이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출범 초기인 박근혜 정부에 고춧가루 뿌리고 내홍으로 불난 민주당에 부채질하는 것이 책임감 있는 태도인가”라며 “조급함에 판을 잘못 읽은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