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서장 "전과자 양산 그만"... 에세이집 출간

입력 2013-02-2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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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미한 사건을 형사입건하면 긴 재판절차로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줄일 수 있는 전과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변호사 출신인 박상융 경기 평택경찰서장(48·총경)이 경찰의 실태와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정리한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경찰 경력 21년차인 박 서장은 평소에 ‘경찰이 이렇게 바뀌었으면…’하고 느꼈던 단상들을 모아 최근 361쪽 분량의 ‘경찰이 위험하다’(도서출판 행복에너지)를 펴냈다.

현직 경험을 통해 느낀 경찰의 행정적·제도적 문제점은 물론 성과주의에 치우치는 바람에 소소한 잘못으로도 개인을 전과자를 만들어버리는 그릇된 관행까지 낱낱이 파헤쳤다.

박상융 서장은 “범죄자들은 점점 조직화, 기동화되고 있는데 경찰, 검찰, 법원은 서로 권한 다툼만할뿐 좀처럼 소통할 줄 모른다”며 “누군가는 경찰 안팎의 문제에 대해 말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 책을 냈다”고 말했다.

‘경찰이 위험하다’는 경찰과 시민의 인권, 유형별 즉결심판 결정사례 등도 소개하고 있다.

박 서장은 이 책의 인세를 암투병 경찰관의 치료와 공상혜택 법률구조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박 서장의 이런 신념은 현장에서도 묻어난다.

지난해에만 경미한 사건 때문에 전과자로 낙인 될 약 200명의 시민을 ‘즉결심판’으로 구했다.

박 서장은 사회적 약자의 경미한 사건을 즉결심판에 넘겨 신속히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매일 오전 7시30분부터 1시간여 동안 밤새 넘어온 당직사건 서류를 검토한다.

그는 경미한 범죄사건을 경미사건 신속심리에 관한 절차법(즉결심판)으로 신속·정확 처리를 위한 ‘즉결심판 사례집’도 지난해 발간했다.

폭행, 미신고 식료품점 영업, 예비군 동원훈련 불참, 학생의 충동적 절도, 청소년 주류판매, 차량파손, 부부싸움, 이웃 간 도박 등 30개 사례를 제시했다.

범죄사실과 적용범죄, 경찰 구형의견, 선고내용, 사안검토 등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았다.

6월 퇴임을 앞둔 박상융 서장은 “경찰서장이 법원에 직접 청구권을 행사하는 즉결심판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과 전과자가 되는 피해를 막는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퇴임 후 억울하게 전과자가 된 사람들처럼 처지가 어려운 분들을 돕는 법률구조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박 서장은 1993년 변호사 출신 경정 특채로 경찰에 입문해 경기경찰청 수사과장, 경찰청 마약과장, 동두천서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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