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 2차 때보다 파괴력을 높인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정부도 이에 맞춰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대북 대응 수위를 높여가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북핵 실험 직후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북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을 조기에 배치키로 하는 등 전례 없는 군사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천영우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현재 개발 중인 북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을 조기에 배치하는 등 군사적 역량을 확충하는 데도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도발을 시도할 때마다 국제사회와 공조해 제재 수위를 높이겠다고 압박하던 기존 대응에서 한발 더 나간 것으로, 정부 성명을 통해 군사적 대응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북한이 핵 실험 이후 추가 도발을 시도할 경우 군사적 타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한미 군 당국은 오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확장억제정책위원회(EDPC) 회의를 열어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한 맞춤형 억제 전략과 함께 북한의 핵 공격 징후 포착 시 어느 단계에서 ‘선제타격’을 가할 것인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EDPC는 임관빈 국방정책실장과 마크 리퍼트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이 참여하는 고위급 회의다.
이 대통령은 또 이날 청와대 백악관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긴급 회동을 갖고 향후 대응 방안을 공동 모색했다. 이번 회동은 3차 핵실험이 정권 교체기에 실시됨에 따라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강력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자초하는 것으로서, 흔들림 없는 대북정책을 견지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이어 13일 0시 13분에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도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핵과 관련해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키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핵우산을 통해 제공하는 확장된 억제 전략 등 한국 방어 약속을 확고하게 지킬 것을 명확히 한다”면서 “박근혜 당선인과도 한국·미국의 동맹 강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취임식을 12일 앞둔 박 당선인의 안보 리더십도 덩달아 시험대에 올랐다.
박 당선인은 핵실험 직후 “북한이 정권 교체기에 도발을 한 것은, 이런 시기에 우리 정부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혼란에 빠뜨리려는 게 아닌가 한다”며 “이럴 때 정파를 떠나 합심해서 일사불란하게 대처해서 조그만 틈도 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 당선인의 이 같은 천명에도 불구하고 실제 취임 이후 한반도의 불안한 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중국이 최근 시진핑 체제로 정권이 바뀌면서 대북기조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돌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제사회와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한을 제재해 나간다 하더라도 중국의 협조 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박 당선인의 대북전략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애초에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대화와 지원을 우선하겠다는 것이어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이상 이 기조를 유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박 당선인이 북핵 실험 직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유화책이 아니다” ,“강경 일변도일 때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어려워진다”고 한 것도 대북전략의 수정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국회는 국방위, 정보위, 외통위 등 북핵 관련 국회 상임위를 풀가동해 초당적 대응체제를 구축키로 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정치권은 여야 없이 초당적으로 현 정부 및 새로 출범할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하며 공동 대처할 것”이라고 했고,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국가안보에 직결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임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