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재원 확보 문제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새 정부 핵심 국정과제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기획재정부는 당초 1월 말까지로 요구 받은 재원 마련 대책조차 아직 내지 않았다. 국정과제에 반영되는 공약도 203개에서 100개 안팎으로 추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부 공약은 호흡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가 경기활성화를 통한 민생안정을 국정과제의 핵심 목표로 삼은 만큼 새 정부 출범 직후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나 증세 또한 불가피하다는 기류도 강하다.
4일 인수위에 따르면 설 연휴기간이 끝나는 12일께 국정과제와 목표 등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국정과제 토론회를 마친 각 분과별로 국정과제 수정본을 제출하고 국정기획조정분과의 TF내 검토를 거쳐 최종안을 작성해 박 당선인에게 보고한다는 계획이다.
임종훈 인수위 행정실장은 3일“상황을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고할 국정과제 보고서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해 인수위의 핵심 국정과제 선정이 막바지에 다다랐음을 시사했다.
인수위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로 박근혜 당선인의 203개 중앙공약 중 민생 경제분야 중심의 100개 안팎을 선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정책 이행이 어렵거나 국민생활과 직접 연관돼 있지 않은 과제는 우선 순위에서 제쳐두고 국민행복기금, 기초연금 등 ‘복지’와 ‘고용’ 분야의 핵심 공약이나 중소기업 육성, 부동산 시장 활성화 등 인수위 토론회에서 강조됐던 사항 등은 포함시키는 방안이 유력하다.
여기에 소요 재원이 만만치 않아 실천 방안에 대해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지역공약 105개는 국정과제에 단 하나도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재원 마련에 대한 어려움으로 공약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1월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던 135조원의 복지공약 재원확보 방안 대책 보고도 늦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재부에서는 진행 상황에 대한 중간보고를 하면서 2월 안에 보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인수위는 1월말까지 보고하라고 했지만 내부적으로 (그렇게 하기로) 정한 것은 아니었다”며 애초 재원마련에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됐음을 시인했다.
이에 따라 최근 인수위 안팎에서 4월 또는 6월 국회 의결을 목표로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 추진과 증세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취득세 감면, 무상보육 등을 위해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도 연간 최대 10조원에 이르고 있는 상황인데다 박근혜 정부의 집권 초기 경제정책 방향이 경기 활성화를 통한 민생안정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여 이같은 움직임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인수위 측은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135조원 이외에 추가적인 재정 투입 없이 공약의 시기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거듭 ‘증세는 없다’고 못박은 데다 증세 역시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할 때 쉽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출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증세의 필요성이 강해지겠지만 무리한 증세는 경제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더욱이 경기가 어려울 땐 정부 기대보다 세수입이 적어 더 많은 증세를 해야 하는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최후 수단으로 논의돼야 한다 ”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