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프들에게 감사해요”“함께 고생해준 스태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저를 위해 고생하는 스태프들에게 이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
각종 영화제나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스타들의 입에서 예외 없이 나오는 수상소감이 바로 스태프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이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룹니다. 그런데 정말 노고를 치하하고 수상의 영광까지 돌리는 이 땅의 영화 스태프들의 열악한 현실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스타들이 동료라고 늘 말하는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해서 회의가 들기 때문입니다.
제가 스타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영화 스태프들의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요. 알고 지내는 영화 스태프의 절망 끝에 던진 자조의 한마디가 현실이었습니다. “영화 스태프들의 연봉이 스타들의 핸드백 값도 안돼요!” 정말 그러더군요.
최근 발표된 보고서의 단순한 수치는 열정하나로 영화판에 모든 것을 걸고 고생을 감수하는 영화 스태프들의 고달프고 팍팍한 현실이 담겨 있습니다. 수억원의 몸값 기록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스타들과 영화판을 독과점하고 있는 대형 투자사, 배급사, 제작사의 찬란한 성과의 독식 속에 스태프들의 생계는 위협 받고 있습니다.
2012년 지난한해 한국영화 연간 관객 1억명 시대를 연뒤 에 이어 새해들어서도 한국영화흥행돌풍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의 자료가 발표됐습니다. 바로 31일 영화산업협력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로 구성된 협력체)가 발표한 2012년 ‘영화 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스태프 팀장(퍼스트)급 이하의 연평균 소득은 916만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3년 전인 2009년(743만원)에 비해 173만 원 증가한 것이지만, 여전히 1000만 원도 못 받는 실정입니다. 그 아래 직급인 세컨드급 이하의 경우에는 631만 원으로, 2009년(528만원)보다 103만 원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런데 스타 여러분 아세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최저임금이 얼마인지요. 연 1148만원입니다. 국제적으로 한국영화위상이 높아지고 한류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며 한국영화흥행 돌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영화의 진정한 버팀목인 영화 스태프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생계위협을 받으며 최저임금에도 영화판을 지키는 영화 스태프들이 임금체불마저 당하는 사람이 39.4%에 이른다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영화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한국 영화판을 지키며 땀을 쏟았던 영화 스태프들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하나둘 떠나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의 가장 중요한 버팀목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열정과 실력 있는 스태프들이 영화판을 떠나는 것은 한국 영화의 추락을 가져오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스태프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과 영화제작자들의 인식전환 등이 뒤따라야하겠지만 스탸 여러분들도 한국영화 흥행의 과실을 독식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스태프들과 나누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시상식에서 번지르르 한 말로만 스태프를 위하지 마시고 정말로 스태프들이 영화에 대한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앞장 서 세요. 고통은 분담하고 과실은 나누는 실천의 담보가 없다면 스타 여러분들이 시상식에서 스태프들을 위한 말은 자신의 이미지 제고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