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고질적 계파 갈등을 빚어온 데다 논의 주제별로 차기 당권의 향배와 직결돼 있어 이렇다 할 결론 도출 없이 친노(친노무현) 주류 측과 비주류 간의 갈등만 재확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계파끼리 몰려다니고 당권 잡은 후…” =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충남 보령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계파끼리 뭉쳐 몰려다니고 당권을 잡은 후 독점하고 전횡하는 패권주의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 당은 만경창파에 일엽편주 신세이다. 계파싸움을 하는 것은 조각배 위에서 서로 선장이 되겠다고 싸움질 하는 격”이라며 “배가 침몰하면 다 죽게 되는데 그 싸움에서 누가 이긴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계파정치의 틀을 깨고 정치적 의지와 역량을 심판받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민주 대 반민주, 독재 대 반독재의 맑고 고루한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과도한 명분 집착으로 민생을 더 어렵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김성곤 전대준비위원장이 ‘5월 중순 전대 개최’와 모바일투표의 제한적 도입의사를 밝혀 격돌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비주류 측을 중심으로 모바일투표 폐지 주장이 나오는 것과 관련 “국민적 관심을 끌 때도 있었지만 불공정, 위헌 시비와 함께 동원의 폐해가 커지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권리당원 정도라면 모바일 투표를 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비주류 김영환 의원은 이에 대해 “전대를 5월로 미룬다니 기가 막힐 뿐”이라며 “주류 당권파들이 총선과 대선패배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지도부 선출에 나서지 않아야 하고, 모바일 투표 폐지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모바일 투표는 정당정치의 무덤이고 모발심은 당내민주주의에 패혈증을 일으키는 병원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비노 대표 주자격 김한길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 혁신의 청사진은 전대에서 선택받은 새 지도부의 몫으로, 전대를 미뤄선 안 된다. 꼼수로 비쳐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지난해 6·9전대 당시 모바일투표에서 뒤져 대표행이 좌절됐던 그는 모바일투표 도입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은 대선 패배 이유로, 당의 분열과 무력감으로 이어진 파벌정치의 해악 등을 꼽은 뒤 “문재인 후보의 진솔한 과오의 고백이 당을 살리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정해구 정치혁신위원장은 당의 집단지도체제와 관련 “상호 협력보단 서로의 발목을 잡는 상호갈등을 가져오는 한편, 당 전체를 계파에 따라 줄 세우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워크숍 개최 전 비주류 쇄신파인 황주홍 의원은 “이른바 친노로 불리는 민주당 당권파는 기본 중의 기본을 가벼이 하면서 국민여론을 무시하거나 일축한 사례들이 너무 많았다”며 “친노 패권주의란 표현의 실체에 대해 많은 이들이 그렇다고 느끼고 있다면 실체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곤 전대준비위원장은 당 노선 설정과 관련 “진보에서 중도로 완전히 바꾸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중도, 중원을 상당히 보완해야 한다”며 “이념정당에서 생활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희상 위원장은 “변함없이 민주당의 정체성은 중도개혁주의이고 중산층·서민은 우리의 토대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우왕좌왕 하다가는 지리멸렬하게 된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차기 전대 룰과 시기 등을 준비하는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구성을 완료했다. 전대 룰을 두고 계파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가운데 친노직계, 범친노와 주류, 비주류, 민평련 등의 인물을 두루 넣어 계파별 안배에 초점을 맞췄다.
인선은 김성곤 위원장과 최규성 이상민 부위원장, 김영록 총괄본부장을 비롯해 김춘진 오제세 이춘석 김태년 안규백 박완주 박혜자 서영교 이원욱 최원식 한정애 의원 등 총 20명으로 이뤄졌다. 원외 인사로는 조일현 강원도당위원장, 백두현 전 경남도당위원장, 김태랑 전 의원,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 심규명 울산시당위원장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