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문화는 누구의 주머니로 지탱될까.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음악, 뮤지컬 등 대중문화 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층이 급변하고 있다. 소비층의 변화로 이전과 다른 대중문화 판도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80~90년대부터 대중문화의 주도적인 소비층은 10~20대였지만 최근 들어 30~40대 중년층의 문화상품 소비가 급증하면서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년층을 위한 대중문화 판도가 구축되고 이들을 위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연간 관객 1억명 시대를 열며 한국영화 부활을 이끌었던 관객은 40대였다. 맥스무비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표를 예매한 관객비율을 연령대별로 보면 40대가 25.8%를 차지해 20.1%를 기록한 20대를 눌렀다. 30대 44.4%, 50대 7.9%, 10대 1.8%, 였다. 30~40대가 영화 관객의 주류를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1월 25~27일까지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7번방의 선물’은 40대 예매율이 20대의 1.4배였으며 ‘레미제라블’이나 ‘박수건달’은 2배를 넘어섰다.
최근 5년 동안 매년 15%대의 고속성장과 2012년 시장을 3000억원 규모까지 넓히는 등 뮤지컬의 비약적 성장 동력은 30대 관객 증가였다. 인터파크가 지난 한해 공연 예매자 146만명을 분석한 결과 뮤지컬의 경우 10대가 10.7%, 20대 32.2%, 30대 39.5%, 40대 14.2 %, 50대 3.0%로 나타났다. 그동안 10대가 주도했던 온라인 음원시장 마저 30~40대가 이끌기 시작했다. 1월 기준 엠넷 닷컴 유료 회원은 20대가 35.5%로 가장 많았으며 30대가 27.9%로 그 뒤를 이었다. 40대는 19.1%, 50대 이상은 10.8%였고 10대는 가장 낮은 6.7%에 머물렀다. 가수들의 콘서트 역시 중년층 관객이 증가하고 있다. 인터파크 김선경 과장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콘서트 공연 관람 연령대가 낮은 편이지만 최근 중장년층의 예매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문화의 대표적인 분야인 방송에서도 소비층의 변화는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10~30대 TV소비층이 급감하고 있다. 2012년 11월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0년 새 10~30대 시청률은 절반 이상 줄었다. 10년 전 13%였던 이 세대의 평균 시청률은 5%대에 머물렀다. 반면 40대 이상 중장년층 시청자들은 여전히 TV시청이 많았다.
이처럼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30~40대 중년층의 문화소비가 급증하면서 대중문화 판도가 변모하고 있다. 지난해 영화 ‘건축학 개론’,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등 90년대 코드의 대중문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10대를 겨냥한 KBS‘뮤직뱅크’등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들이 4~5%대의 최악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대중문화 소비층의 변화가 원인이다. 또한 30~40대 연기자들이 각종 드라마의 주연 자리를 독식하는 현상이 심화되는 현상 역시 중년층 소비자의 급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 대중문화는 10~20대가 아닌 30~40대 중년층의 주머니로 지탱되며 발전하고 있다.